뉴욕의 프로그래머

조금씩 읽어오다가 오늘 다 봤다.

이 책을 일반 소설 분야 코너가 아닌 IT 서적 분야 코너에서 찾아야 하지만,
국내에 IT 분야의 직업을 배경으로 이러한 소설이 등장했다는 것으로도 의의를 가질 것이다.
저자가 실재 IT 분야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기술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책을 다 읽고 난 독자는, 내용에 저자의 경험이 많이 반영되었으리라는 짐작을 하게 될 것이다)

제목에 나타나듯 이 이야기는 "뉴욕"의 프로그래머의 이야기이다. 국내의 프로그래머를 소재로 누군가 글을 쓴다면 아마 야근으로 피로에 지치고 상사의 눈치를 살피는 프로그래머의 일상을 이야기할려고 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등장인물들은, 60대에도 프로그래밍을 하며 음약이나 가구공예 같은 취미를 즐기면서 연말에 보너스를 얼마나 받게 될지에 관심을 가지는 뉴욕의 프로그래머들이며, 이 책의 이야기는 프로그래밍이라는 기술의 경지에서 어떤 사람이 고수인지, 어떻게해야 경지에 다다를 수 있을지에 대한 저자의 주장이다. 그래서 혹시 독자가 프로그래머의 애환을 그린 이야기를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는 기술적인 관점에 중심을 두고 이야기를 진행하면서 "진정한 고수 프로그래머들은 이러해야 한다"를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프로그래머에게는 문제의 본질에 남보다 빨리 접근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는 주장이나, 절차와 방식에 대해서 고수들은 어떻게 바라보는가 하는 이야기들이 저자가 하고 싶은 말인 것 같다.
그래서 이 소설은 일반 대중에게 다가갈 성격은 처음부터 아니었고, 실제 프로그래머들이나 IT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 읽고 대리 만족을 느낄 수 있도록 쓰여진게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