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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맨서 (Neuromancer) 본문
직장 자료실에서 도서를 찾아 보던 중, 이 책이 눈에 들어와서 대출하고 어제 다 읽었다.
내가 읽은 책은 황금가지에서 출간한 번역서이다.
< 황금가지 출간 번역서 (인터파크 출처) >
사실 이 책의 존재는 꽤 오래전 부터 알고 있었다.
약 28년 전 당시 컴퓨터잡지였던 '컴퓨터학습'('89년7월호)에서 Apple IIe 용으로 출시된 동명의 게임을 소개했었고(리뷰명 '뉴로망서'), 그 때 게임의 설명 등을 읽어보며 원작 소설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었다.
당시 가지고 있던 컴퓨터가 Apple II+ 여서 이 게임도 플레이 해 보지 못했고(이후 MS-DOS용으로 컨버팅되기는 했다) 소설도 접하지 못했었는데, 독특한 이름 때문인지 아니면 소개된 게임의 기괴한 설정 때문인지 그 이미지가 오래 남아 있었다.
< 원작을 기반으로 Interplay에서 발표한 게임. 표지부터 범상치 않다. (Wikipedia 출처) >
원작 소설은 1984년 출간되었다고 한다.
이렇듯 오래된 소설이지만 이 소설은 거의 사이버펑크의 원조로 추앙 받고 있으며, 현재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용어 '사이버스페이스'를 최초로 사용(실질적으로는 약간 정의로 사용되지만)했다.
가상공간에 들어가기 위한 접속 방식, 가상공간에서 현실과 단절되어 기거하는 모습, 가상공간에서 상대를 향한 공격과 방어, 인공지능(AI)과 인간과의 대치 등 지금 보면 너무나 익숙한 소재들이 등장하는데, 바꿔 말하면 30년도 더 된 이 소설이 그동안 소설, 영화 등을 포함한 문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소설에 기술된 기술적인 측면도, 책을 읽으면서 이 당시 이런 개념이 벌써 있어나 싶어 연도를 찾아본 게 몇 번 될 정도였다. 현재의 방화벽이나 침입방지시스템에 해당될 것 같은 ICE라는 개념이라든가 바이러스를 통한 공격 같은 개념 등이 그랬다.
재미있는 것은, 이 소설의 원작자인 William Gibson이 이 소설의 집필 당시 컴맹이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랬기에 작가가 더욱 더 상상력의 제한없이 집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소설의 장르가 SF이고 내용도 요즘의 액션 영화 스토리에 가깝지만, 우선 이 소설이 읽기 쉬운 편은 아닌 것 같다.
스토리 진행만을 중심으로 기술되지 않고 많은 묘사와 감정 서술이 존재한다.
철학적이거나 몽환적인 서술도 완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오래전에 상상한 여러 이미지들을 지금 그대로 상상하기 쉽지 않은데, AI, 로봇, 생체기술 등은 오늘날 우리가 상상하는 것과 다소 상이해 보였다.
하지만 주인공 케이스나 몰리 등의 인물은 여전히 몰입하기 어렵지 않은 매력의 등장인물이며, 배후에 있던 것들이 서서히 밝혀지는 스토리 또한 여전히 흥미를 자극할 만한 소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