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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게임에서 간과하고 있다고 생각되는 필요 기능 - 중단성(中斷性)(?)

wehong 2018. 6. 16. 22:22

최근에 게임 몇 가지를 접하면서 '요즘 게임에는 개발사들이 이런 점을 중요하게 생각했어야 하는게 아닌가?'하고 생각한 것이 있다.
그것을 표현하기 위한 아주 딱 맞는 단어가 떠오르지는 않는데, "중단성(中斷性)" 혹은 영어로 "Pausability"라고 표현하면 어떨까 싶다.
의미는 플레이어가 쉽게 게임을 중단하고 현실로 복귀할 수 있고 또한 게임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도 간편하도록 게임이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소위 AAA급 게임들은 플레이 타임이 짧지 않다.
10시간 플레이 타임은 보통이고, 장르의 특성에 따라 50시간 이상의 플레이 타임을 보장하는 게임도 많다.
영화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한 편이 길어야 3시간 이내라는 점을 고려하면 요즘 게임들은 참여자에게 많은 시간을 요구하는 편이다.
영화 관람료보다 5~6배 이상하는 AAA급 게임의 가격은 화려한 그래픽과 정교한 시스템을 희망하는 고객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제작비가 증가했기 때문일텐데, 가격이 5~6배인 게임이 영화와 같은 3시간 플레이 가진다면 많은 게임 유저들이 반발할 것이다.
그래서 제작비 상승으로 인한 게임 가격은 높이면서 플레이 타임도 늘려 소비자의 반발을 줄이는게 게임 개발사들의 작전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게임을 영화와 비교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고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들이 있을텐데, 앞서 게임을 영화와 비교한 이유는 최근의 게임들이 영화와 같은 구성의 흐름을 가지도록 제작되고 있기 때문이다.
게임이 영화의 기승전결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고, 복잡한 네러티브와 어트랙션을 포함하며, 모션캡쳐 등으로 배우들의 연기도 추가되고 있다.
'퀀텀 브레이크', '라스트 오브 어스', '언차티드', '라이즈 오브 툼레이더' 등등 영화에 근접해 가려는 게임들은 점점 많아 지는 추세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게임들의 플레이 타임 안에 기승전결의 구조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2~3시간안에 관객이 계속 그 것을 본다고 가정할 수 있기 때문에 그 시간 안에 기승전결의 구조를 구성하는 것이 가능한데, 게임에서 10시간 내내 그 게임을 계속 플레이 해서 그 흐름을 잃지 않을 게이머는 많지 않다.
많은 수의 게임 플레이어들은 그 사이에 현실 속으로 돌아가야만 한다.
가족과 식사를 해야 할 수도 있고, 아이들이 놀아 달라고 보챌 수도 있고, 강아지 산책을 시켜줘야 할 수도 있으며, 내일 출근을 위해 잠들어야 할 수도 있다.
단순히 포즈 버튼을 누르는 것이 아니라 게임 콘솔이나 PC를 꺼야할 경우가 많다.
하지만 요즘 게임들은 갤러그나 스페이스 인베이더가 아니기에 게임을 중단했다가 다시 한다는 것은 간단하지 않다.
지난 주말에 플레이 했던 게임 속 절정의 분위기는 이번 주에 생소한 느낌일 수 있는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 말고도 게임의 재시작을 망설이게 하는 요소는 최근 게임들의 복잡한 시스템이다.
몇 주 전에 했다가 다시 게임을 시작하면 '구르기 버튼이 뭐였더라?', '스킬업하려면 어느 메뉴에 들어가야 하지?', '이 게임에서는 점프가 안되던 거였나?' 등 기억을 더듬어야 한다.
저번에는 쉽게 잡았던 몬스터를 이번에는 여러 번의 시도로 익숙해 진 다음에 잡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에 콘솔을 끄면 다음에도 똑같은 시행착오를 겪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하면 그 게임을 더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되기 시작할 것이다.

그래서 요즘 게임은 게이머가 언제든 현실로 돌아갔다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깊게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게이머는 언제든, 반드시 현실로 돌아가며 어느 때라도 게임으로 돌아올 수 있다.
이러한 사항에 대한 초기 대응은 세이브 포인트였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게이머가 게임으로 돌아왔을 때 이전에 있었던 일들을 떠 올릴 수 있도록 하는 편의성이 필요하다.
다수의 RPG에서 저널이라는 형식으로 지원하는 플레이 로그가 하나의 방법일 수 있겠지만, 더 우아한 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연속극도 시작시에 '지난줄거리'라는 다이제스트를 제공하는데, 플레이어를 게임 공간에 덩그러니 떨구어 놓고 '옛날 일은 네가 직접 찾아봐' 하는 것은 불친절이다.
오랜 시간 플레이 하지 않다가 다시 시작하는 플레이어에게는 게임 시스템과 조작법 등을 다시 알려주는 편의도 필요하다.
지난 플레이 시간이 3개월 전인 플레이어, 이것저것 기능을 시도해 보는 플레이어, 레벨에 맞지 않게 기본 기능을 살펴보는 플레이어는 곤란을 겪는 것으로 의심받아야 한다.

게임 산업이 성장한 요인 중 하나는, 아타리, 패밀리 등의 과거 콘솔 시절부터 어렵게 게임을 맛보던 세대가 이제는 직접 수입이 생겨 취미로 게임에 소비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 사람들은 일 때문이거나, 가족을 위해서 이거나, 또는 여러가지 현실적인 이유로 게임에 여러 시간을 보내기 어려울 수 있다.
이들은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에도 현실의 삶으로 복귀해야 한다.
그들이 현실에서 게임으로 잠시 쉬러 왔을 때 막막하다면 그런 게임은 다음 선택에서 제외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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