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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트' 관람 소감

wehong 2022. 8. 12. 18:48

이정재가 제작, 감독, 주연한 영화 '헌트'를 오늘 관람하고 소감을 적어 본다.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을 이야기 할 때 이 영화에 스포일러가 될 만한 내용을 언급하지 않고는 이야기 할 수 없을 것 같다.

 

* 이하 본문 내용에 영화의 스포일러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음

 

 

 

영화에서 괜찮았던 점을 먼저 언급하면 다음과 같다.

영화의 소재는 여러가지 형태의 영화로 만들어 질 수 있을 정도의 잠재력을 가진 것 같다. 80년대 정치적 상황과 당시 안기부의 부조리를 담은 시대물이 될 수도 있고, 조직내부의 배신자는 누구이며 사건의 내막이 무엇인지 밝혀지는 스릴러가 될 수도 있으며, 격투와 총격전이 주가 첩보 액션 영화가 될 수도 있을 법한 소재이다. 다만 이런 면을 다 담으려는 영화의 노력으로 인해 이 영화의 성격이 모호해 진 면이 있어 보인다.

액션 씬들이 신선하게 보였다. 일부 총격전은 영화 '히트(Heat)'의 시가전이 연상되기도 했고 폭파 장면들의 효과와 연출은 신기하고 인상적이었다.

80년대를 연상하게 하는 소품과 배경 및 로케이션도 감독의 첫 영화임을 고려하면 매우 신경을 쓴 것 같아 보인다. 사무실 방 안에 세면대가 있는 모습을 참 오랜만에 보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열연이었는데, 이정재와 정우성의 두 배우의 열연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것으로 보일 정도였다. 다양한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하는데, 황정민 등 우정출연자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이 영화에서 실망스러웠던 점들은 다음과 같았다.

각본이 미흡하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주인공 박평호의 동기나 생각에 대해 공감이 되지 않았고, 박평호와 김정도라는 인물에 대한 플래시백도 등장 타이밍이 적절하게 보이지 않았다. 관객에게 깜짝 반전을 선사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그것이 세련되게 다가오지도 않았다. 원래 각본이 그런 것인지 편집이 그렇게 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관객에게 더 공감되고 짜릿하게 다가갈 더 나은 방법이 있었을 것 만 같다.

디테일에도 아쉬운 점들이 보였다. 무소불휘의 힘이 있던 안기부가 용의자 검거를 하는데 낮에는 염탐만 하다가 밤에 침입해서 거꾸로 역공을 당한다든지, 병원에 일급 보안 조치를 취한다는 상황에서 보호 환자를 투명한 창가에 두는 것은 물론 암살자가 병원 옥상에 침투해서 저격한다는든지, 개연성이나 디테일이 떨어지는 설정들이 자주 보였다.

가장 이해가 안되는 부분은 영화가 하려는 이야기가 분명하지 않게 느껴진다는 점이다. 안기부 내 내부 첩자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인지, 북한의 대통령 암살과 남한 침략 계획을 저지하는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인지, 안기부 소속 인물이 독재자 대통령을 제거하려 했던 시도를 이야기를 하려 한 것인지, 여러 이야기가 함께 나오다 보니 영화가 관객에게 하는 주 이야기와 의도를 잘 모르겠다.

후반부 폭파 장면 CG의 퀄리티도 아쉽고, 장면 전환의 편집이나 화면 캡션 표시 시간 등도 매끄럽지 않게 보였다.

 

감독으로서 첫 영화임을 고려하면 예상보다 준수하게 보였지만 아쉬운 점도 꽤 있어 보이는 영화였다. 그리고, 1980년대 우리나라의 상황에 대한 정보를 모르면 영화의 많은 부분을 이해하지 못 할 수 있고 특히 김정도의 이야기에는 공감하지 못 할 수 있으므로, 영화의 완성도와 관계 없이 첩보 액션 영화로 해외 관객에게 높은 평가를 받기는 힘들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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