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 Blog

'오펜하이머 (Oppenheimer)' 관람 소감 본문

Movie

'오펜하이머 (Oppenheimer)' 관람 소감

wehong 2023. 8. 16. 20:46

오늘 영화 '오펜하이머'를 관람했다.

 

영화 끝부분에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American Prometheus)'를 기본으로 했다고 나오는데, 그 책의 분량이 상당한 만큼 영화에 책의 내용이 그대로 다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책의 내용을 모르면 이해하기 쉽지 않은 부분들도 있어 보인다. 아니면 적어도 배경지식이 있어야 더 흥미롭게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예를 들어 영화에서 오펜하이머가 슈발리에를 친구로 생각한다는 말의 무게는 슈발리에의 활동 내용과 그 둘 간의 관계, 그리고 당시 미국의 사회적 분위기를 알아야 더 명확히 이해가 될 것이다.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이 책이 평전이기 때문에 그의 일생의 극적인 부분을 확대해서 기술한다기 보다는 그의 인생에 대한 여러 기록적 사실들을 열거하는 편에 가깝다. 영화 '오펜하이머'의 기초가 된 책일지라도 이

wehong.tistory.com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가 생각과 달랐다는 평을 한다고 알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가 맨하튼 프로젝트 진행이나 오펜하이머의 도덕적 고뇌 보다는 매커시 광풍 속 그의 고초에 초점이 맞추어 질 것이라고 예상했었다.

 

영화의 타임라인이 복잡하게 얽혀서 보여지는 전개는 감독의 과거작 '메멘토'가 연상되었다. 심하게는 스트로스의 청문회, 오펜하이머의 심사, 오펜하이머의 교수 시절, 오펜하이머의 케임브릿지 시절 등이 막 섞여 나오기도 한다. 이 부분도 오펜하이머의 이야기를 모르면 상당히 혼란을 느낄 수 있어 보였다.

책의 앞부분만 본 바에 비추어 보면, 영화는 오펜하이머의 유년기와 하버드 시절 등이 없었고 케임브릿지 시절과 괴팅겐 시절은 굉장히 압축하여 보여줬다. 이것이 빠른 진행을 위해 적절한 선택이었다고 해도, 진 테트록이나 키티에 대한 전사가 자세히 나오지 않은 것은 이 중요 인물을 이해하는데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가 오펜하이머의 버클리 교수 시절 그의 사회적 활동에 대한 여러 사실을 나열하고 그가 공산당 스파이인지 이념적 진보주의자였을 뿐인지를 관객에게 판단하게 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대신, 영화는 그가 공산당 또는 공산주의와 경계를 두고 있음을 명확히 하여 묘사한다.

 

영화에서는 오펜하이머와 관련된 유명한 말들도 대사로 많이 나온다. "젠장, 나는 미국을 사랑한단 말이야", "맨하튼 프로젝트에서 내가 가장 잘 한 일은 당신을 책임자로 뽑은 것이다", "내 손에 피가 묻어 있는 것 같습니다" 등.

오펜하이머가 초기 블랙홀 개념을 생각하고 논문을 내었던 것을 영화에서 많이 강조하려는 느낌도 들었다.

 

영화로서, 트리니티 실험을 묘사하는 부분은 굉장히 긴장감 있게 잘 연출되었다고 생각한다. 특별히 긴장될 부분도 아니고 관객들 모두 결과를 알고 있음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극적인 영화음악이 영화 장면들을 긴장되게 만들었다. 다양한 유명 배우들이 조연으로 출연하기에 이를 보는 재미도 있다.

반면 도청과 감시 등으로 불륜을 포함한 오펜하이머의 사생활이 낱낱이 드러나게 되는 상황을 그냥 심사관들 앞에서 벌거벗겨지는 묘사로만 처리한 것은 아쉬웠다. 그의 감정을 단순한 수치스러움으로만 표현한 것 같고 인물의 감정이 잘 전달되지는 않는 피상적인 표현처럼 보였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