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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Star Wars: The Last Jedi)

wehong 2017. 12. 17. 07:36

본문에는 영화의 내용이 언급됩니다.

스포일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나 영화를 곧 보기로 예정하신 분들은 본문의 내용을 보시지 않기를 추천드립니다.




이 영화를 보기 전 기대를 했던 이유는, 평론가들의 평가가 호의적이었기 때문이며 오랜만에 개봉되는 스타워크 정식 후속작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인 결론을 미리 이야기하면 7편 '깨어난 포스' 때와 같은 재미도 없었고 영화 전체에 아쉬운 점이 더 많이 느껴졌다.



몇 가지 면에서 이 영화의 제일 큰 문제는 스토리 또는 screenplay라고 생각한다.


첫째, 기존 오리지널 스타워즈 스토리처럼 뻔하디 뻔한 이야기 전개는 아니게 되었지만 그로 인해 스타워즈 다운 이야기도 아니게 되었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선과 악이 분명하고 이야기가 명쾌하게 끝났던 이전 시리즈의 스토리에 비해, 이 영화의 스토리는 반전에 반전만 거듭되고 일이 잘 마무리되는 쾌감이 없다.

예를 들어, 레아와 벤이 서로 교감하면서 뭔가 스토리의 전환이 일어나나 싶더니 그게 스노크의 계략이었다고 설정되면서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되어 버렸고, 루크와 벤 사이에 커다란 갈등이 있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그냥 루크가 벤의 어두운 면을 보았고 벤은 자신을 방어했을 뿐이었다.

또한 헉스 장군을 따돌리는 작전도 많은 시간 핀과 로즈를 보여주면서 진행된 것은 성공하지 못했는데 그냥 몰래 탈출하는 단순한 전략이 성공하면서 두 주인공의 노력을 허망하게 만들었다.

관객이 어느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껴야 할 지 알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고 생각된다.

주인공들이 작전을 성공시키면서 보여주는 스릴도 없고 'I'm your father' 급의 반전도 없었다.


둘째, 스토리 전개가 너무 허약하다.

라이트 세이버의 방향을 돌려 벤이 스노크를 물리친 방법도 설득력이 없고, 레아와 벤이 왜 서로 공감하게 되는지 감정 변화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가장 큰 허술함은 저항군이 헉스의 함선 몰래 다른 행성으로 도피하는 부분이었는데, 광속이동이 대형 함선에 그런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설정이었다면 왜 처음부터 그렇게 대응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게 할  뿐만이 아니라 제국군에서 초대형 함선을 보내도 앞으로 저항군은 작은 함선을 이용해 그런 식의 공격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설정붕괴적 사례를 만들어 버렸다고 생각한다.

은하계 다른 행성으로 형체만 트랜스포트 하는 듯한 루크의 설정도 이전 시리즈에서 본 적이 없는 것 같고, 그로 인해 명을 다했다는 설정도 그가 직접 그 행성에 가서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는 생각도 든다.


셋째, 루크 스카이워커의 행동과 마음이 과연 관객에게 납득이 될까하는 의문이 든다.

영화 마지막에 캐스트 리스트에 제일 먼저 등장하는 사람은, 레이 역의 대이지 리들리가 아니라 루크 역의 마크 헤밀이고, 이는 그가 사실 이 영화의 주인공이라는 의미이다.

영화 내에서 루크가 자신이 '라스트 제다이'는 아니라고 했지만, 역설적이게도 영화의 모든 함축적 의미는 그가 마지막 제다이의 길을 걷는 듯 묘사된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루크의 내면에 대해 더 깊이 있게 전달해서 관객이 루크를 더욱 더 공감하게 했어야 했다.


넷째, '깨어난 포스'에서 JJ 에이브럼스가 뿌려놓은 떡밥 같은 것들이 너무 싱겁게 끝나버렸다.

레아의 부모가 누구인지, 스노크의 정체는 무엇인지, 벤은 왜 그렇게 되었는지 등이 너무 심플하거나 밝혀지지 않고 끝나버렸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의 스토리로 인해 이후 9편 스토리의 변주 가능성이 매우 낮아졌다고 생각된다.

과거 시리즈의 영웅들은 다 사라져 스토리에 활력을 불어줄 여지가 사라졌고, 신규 에피소드의 새로운 인물들은 각자의 입장이 정리되면서 평면화되었다.

9편 스토리를 개인적으로 추측해 보자면, 저항군이 세력을 규합하여 제국군에게 최후의 도전을 할 것이고, 레아와 벤은 1:1 격전을 벌이다가 벤의 마음이 흔들릴 것이며, 헉스는 벤을 배반하고 퍼스트 오버를 장악하려고 할 것 같다.

7편으로부터 8편을 상상하는 것 보다 8편을 보고 9편을 예상하는 것이 훨씬 쉬워 보인다.



물론 이 영화의 흥미로운 점도 있다.


그 하나는 올드팬에게 선사하는 팬 서비스 같은 요소들이다.

영화 내 제국군 함선에서 조작하는 기계들의 판넬 모습이 과거 오리지널 에피소드 4, 5, 6과 비슷함에 놀랐는데, 마크 헤밀도 밀레니엄 팔콘 세트의 내부가 과거와 동일해서 놀랐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밀레니엄 팔콘에서 R2D2가 비추는 레아공주를 루크가 보는 장면이나 루크와 요다가 마스터의 길에 대해 대화하는 장면을 보면, 스타워즈의 팬들은 흥분하지 않을 수 없다.


또 하나는, 스타워즈 시리즈 답게 여러 개의 사건이 한꺼번에 전개될 때 그 시점이 자연스럽게 전환되도록 한 구성이다.

저항군 지역에서 핀이 레이의 안부를 물으면 영화가 루크와 레이의 장소로 전환되고, 루크와 레이가 과거의 벤의 이야기를 하면 영과는 벤과 스노크의 스토리를 서술하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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