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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징가 Z: 인피니티 (Mazinger Z: Infinity) 감상기 본문
어른이 되어 어느 정도 경제력을 가지게 되면서 어릴 적 동경하던 것들에 대해 다시 소비하는 현상은 국경이 따로 없나 보다.
레트로 문화가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여러 나라에 번지고 있는 가운데, 작년에 일본에서 거대로봇물의 원조격인 '마징가Z'의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나왔다.
이 극장판이 속편인지 특별판인지 잘 모르겠지만, 당시 TV 시리즈를 보고 자라 이제는 성인이 된 팬을 대상으로 기획되었으리라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우리나라나 일본에서 1970년대에 방영하던 것이기에, 그동안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한번 찾아보지 않고서 당시의 내용과 모습을 그대로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TV 방영 당시의 어렴풋한 기억만으로 이 애니메이션을 다시 본다면, 마징가Z가 수없이 발사하는 미사일을 보면서 '저 탄들은 대체 마징가Z 기체 내부 어디에 다 실려 있던거야?'라고 황당해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관객들이 '원래 이 만화영화가 이런 스타일이었지' 하고 이해하며 보기 시작하면, 제작진이 '사실 이건 21세기 마징가Z입니다'라고 하며 현대적으로 변모했음을 강박적으로 어필하려는 듯 한 느낌을 자꾸 받게 된다.
여기서 이야기한 '현대적으로의 변모'는, CG 등의 기술의 발전으로 이루어낸 세련되어진 그림이나 부드러워진 동화(動畵), 다듬어진 메카닉 모델링 등의 긍정적인 요소들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현대화에 대한 부정적 요소 중 첫번째는, 시대에 맞게 리얼리티와 개연성을 살리려고 설정을 너무 복잡하게 마련했다는 점이다.
양자론에서 영향을 받은 것 같은 '가능성의 세계', '평행 세계와의 교우' 등을 포함해서 '광자력', '마진', '인피니티' 등 난해한 개념들을 포함시키면서 마치 이 현대판 마징가Z는 나름 과학적 기초 위에 그럴 싸한 개연성의 스토리 위에 이야기를 진행한다고 내세우고 싶어하는 듯 하다.
하지만 짧은 러닝 타임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에서 익숙하지 않은 그런 개념들을 관객들이 따라오길 바란다는 것이 오판이라고 생각된다.
또 다른 부정적 요소로는, 과거부터 등장했던 인물이 성인이 되면서 겪게 되는 새로운 시련들 또는 갈등을 표현하려고 한 것 같은데 그 깊이가 앝다는 것이다.
성인이 되어 변한 주인공들의 심리적 변화, 세계 평화 만큼이나 중요해진 가족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묘사, 입체적으로 변한 악당의 동기 등 심층적으로 접근해 볼만 한 요소들을 나열해 놓고도 이 애니메이션은 정작 깊게 파고 들지 못한다.
사실 앞서 언급한 복잡한 설정을 풀어내기도 바쁘고 과거 향수를 자극할 로봇 액션씬을 보여주기도 바빠서, 성인이 된 관객에게 오히려 큰 의미를 던져 줄 수 있는 내용은 그냥 설정으로 사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로보트 태권V'를 모티브로 한 '브이'라는 만화가 있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성인이 된 주인공의 내면을 다루는 소재로만 2차 창작물이 한 편이 나올 만큼 깊은 테마가 될 것임을 이해할 것이다.
개인적인 결론으로, 과거를 기반으로 한 요소와 현대화한 요소들이 잘 섞이지 못한 것 같아 조금은 아쉬운 애니메이션이었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보기에는 너무 어렵고, 어른의 눈으로 보기에는 깊은 울림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