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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Dune) (1984)' 확장판(Extended)을 본 소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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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듄(Dune) (1984)' 확장판(Extended)을 본 소감

wehong 2022. 2. 21. 01:03

듄 소설 1권을 다 보았고 그 전에 2021년 영화도 보았기에 1984년 영화가 어떤지 궁금해져서 당시 극장판에서 내용이 추가되었다고 하는 확장판을 보았다. 그런데 찾아 보니 확장판도 여러가지 버전이 있고 별도 편집본도 많으며, Youtube에 Spicediver라는 사람이 편집한 대체 편집본 'Alternative Edition Redux'가 공개되어 있다. 확장판을 본 후 대체 편집본을 대충 한번 보니 4K로 업스케일링 되어있으며 원작의 내용이 조금 더 나오는 것 같다(대신 그런 부분은 영상 품질이 다른 파트와 달리 좋지 않게 보였다). 영화의 상영 시간도 길지만 여러 개의 편집본이 나올 수 있는 것을 보니 당시 촬영을 엄청 많이 했나보다 싶다. 관람한 확장판 버전을 기준으로 얘기해 보겠다.

 

소설 1권의 내용을 다 담고 있기 때문에 영화에서 해야 할 이야기가 많아 영화의 러닝타임이 3시간에 가깝다고 해도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배경 설명은 나레이션을 사용하고 등장인물들의 심리 묘사는 독백을 사용해며(원작 소설도 그렇긴 하다) 일부 원작의 내용을 변형해 이를 극복해 보려고 하고 있지만 그래도 시간이 모자란 것 같은 느낌이다. 2021년 영화가 왜 여러 편으로 나뉘는 구성을 했는지 이해가 된다. 극의 전개만도 빠듯하니 감정을 싣지 못한다. 

3시간에 가까운 러닝 타임에도 원작 소설을 접하지 못했다면 영화의 진행이 복잡하게 느껴질 가능성은 커 보인다. 조합(길드)-랜드스라드-황제 간의 관계라든가, 아트레이데스-하코넨의 대립, 프레맨에 대한 베네게세리트의 영향력 등이 스토리의 배경이 자세하게 설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극의 진행 과정에서도 여전히 생략된 것들이 보이고 묘사가 자세하지 못한데, 확장판 뿐 아니라 대체 편집본도 그러하다. 예를 들어 Alternative Edition Redux의 2:01:47 즈음 제시카가 폴에게 'How does it feel to be a killer?(살인자가 된 기분이 어떠냐?)'고 하는데, 원작을 보지 않았다면 어머니가 결투에서 겨우 이긴 아들에게 어떻게 저렇게 얘기할 수 있나 하나 싶을 것이다. 원작 소설에서는 전투 뒤에 폴이 흥분에 도취되지 않도록 제시카가 일부러 차갑고 냉소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인데 영화의 내용만으로는 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1984년 당시 특수효과 기술을 현재와 비교할 수 없기는 하지만 부족한 영상 표현들에도 아쉬움이 느껴진다. 특히 앞 선 시기의 스타워즈 시리즈 영화의 특수효과와 비교해도 안타까움이 있다. 컴퓨터 그래픽(CG)이라는 개념도 없던 시기이므로 필름 효과나 그림 등이 많이 사용된 것 같다.

원작에서도 스팩터클한 대규모 전투 장면 묘사가 많지 않기는 하지만, 감독도 마지막 전투 장면들을 화려하게 찍고 싶은 마음이 없었던 것 처럼 보인다. 앞 씬에서 총을 쏘는 자세의 프레맨을 찍고 다음 씬에서 폭약 폭발과 함께 쓰러지는 사다우카를 찍는 식의 전투 장면 묘사가 많다. 더구나 알 수 없는 소리와 함께 총을 쏘는 모습에서 우리나라의 80년대 실사 로보트 영화를 떠올리게 되기도 했다(프레맨의 강력한 전투력을 간단히 묘사하려는 영화만의 장치 같은데...).

프레맨들이 샤이훌루드를 타는 장면의 묘사는 전투와 다르게 공을 들인 것 같아 보였다.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았던 것 같다. 주인공 폴 역의 카일 맥라클란은 급격한 스토리 진행에도 영화를 안정되게 해 주는 것 같고, 레이디 제시카 역의 프란체스카 애니스나 레토 공작 역의 위르겐 프로흐노프의 연기도 괜찮았다. 블라드미르 하코넨 역의 케네스 맥밀란의 경우 연기는 괜찮았지만, 원작의 하코넨 남작이 계산적이고 치밀한 인물로 느껴졌는데 영화의 하코넨 남작은 즉흥적이고 도발적인 인물로 느껴져 인물에 대한 괴리감은 좀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룰란 공주 역의 버지니아 매디슨의 미모와 앨리아 역의 앨리시아 윗이 어린 나이임에도 보여준 섬뜩한 이미지였다. 스팅의 젊은 시절 모습도 놀랍기는 했다.

 

영화의 테마 음악은 인상적이고 영화와 잘 어울리지만 메인 테마 음악이 영화 내 상당히 많이 플레이 되는 것 같다. 한스 짐머의 2021년 영화 음악은 신비롭고 이색적인 음악임에 비해 1984년 영화의 테마 음악은 웅장함과 비장함이 느껴진다. 2021년 영화는 스토리를 신비롭게 소개하는데 집중하고 1984년 영화는 영웅담과 복수극 서사에 초점이 맞춰진 것을 볼 때, 두 편 다 영화와 음악의 방향이 일치하는 것 같다.

 

2021년 영화와 달리 아라키스 행성의 신비로운 느낌을 주지 못하는 것은 사막 외에 다양한 묘사가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프레맨이 모두 서구의 백인 배우들로 구성되어 중동지역 같은 이국적 색체를 전혀 느낄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영화가 첫 영상화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이후 2021년의 영화나 듄을 소재로 한 다수 게임의 영상화에 큰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과거 PC용 게임 'Dune'의 CD 버전에서는 이룰란 공주의 나레이션이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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