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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관람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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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배트맨 (The Batman)' 관람

wehong 2022. 3. 5. 00:01

맷 리브스 감독, 로버트 패틴슨 주연의 새로운 배트맨 영화 '더 배트맨'을 보게 되었다.

 

 

영화의 톤은 개인적으로 원하던 바와 비슷해 마음에 들었다. 사건을 조사하는 '탐정'으로서의 배트맨을 다룬 점도 마음에 들었고, 일부분이기는 했지만 배트맨의 나레이션과 함께 영화가 진행된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특히 영화 초반 배트맨이 사람들에게 공포감을 주며 등장하게 되는 도입부는 매우 인상적이었다. 어둡고 비로 축축한 고담시의 표현도 괜찮아 보였고 리들러의 섬뜩한 모습은 느와르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

 

영화의 연출도 인상적이었는다. 시장의 장례식장 파트 처럼 스토리 진행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어 묘한 긴장감을 주는 장면도 더러 있었으며, 배트맨이 펭귄을 쫓는 카 체이싱 장면이나 어두운 팔코네 아지트에서 배트맨의 격투씬도 인상적이었다.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다. 로버트 패틴슨은 분노에 차 있는 초년생 배트맨을 잘 보여준 것 같고, 폴 다노는 정신병을 가진 범죄자의 섬뜩한 모습을 놀랍게 연기했다. 조 크래비츠는 캣 우먼의 캐릭터를 잘 보여줬고 제프리 라이트도 새로운 모습의 고든을 잘 소화했다. 콜린 파렐은 그의 본 모습조차 알아보기 힘든 놀라운 분장으로 인상적인 악역을 보여줬다.

 

또 하나 놀란 점은 사운드와 음악이다. 현장의 분위기가 잘 녹아든 것 같은 사운드와 웅장한 스타일의 테마 음악은 영화의 분위기 유지에 일조하는 것 같다.

 

아쉬운 점도 있었는데, 두 가지를 꼽고 싶다.

하나는, 스토리가 거대 서사가 아닌 범죄 수사물의 형식이면서도 세 시간에 가까운 긴 러닝 타임을 가진다는 점이다. '다크나이트' 수준의 서사 이야기라기 보다는 영화 '세븐'과 비슷한 범죄 추척물의 형식에 더 가까운데, 시간이 더 줄었어야 임팩트가 컸을 것 같다. 영화의 러닝 타임이 이렇게 길어진 이유는 아마도, 리들러가 주가 되는 스토리 안에서도 여러 인물들이 등장하며, 배트맨이 이들을 계속 쫓아 가게 되고, 그 안에 또 나름 반전을 구성해 놓았기 때문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캣 우먼' 셀리나의 이야기 정도는 빠졌어도 되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하나는, 리들러의 범행동기나 그의 퍼즐이 관객들에게 크게 관심을 끌 수준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리들러의 동기를 구체화 하는데 그 자신의 이야기가 사용되기 보다는 다른 인물들이 동원되니, 관객이 리들러의 스토리를 알게 되기 보다는 영화 내 다른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만 계속 듣게 된다. 리들러의 퍼즐도 관객이 풀이에 함께 참가해야 그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텐데, 배트맨이나 알프레드가 쉽게 풀어버리며 그 과정도 인상적이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인상적으로 다가가지 못하는 것 같다. 이러한 요소는 관객이 이 영화를 더 길게 느껴지게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이 영화에서 배트맨이 코믹스 원작의 대사를 차용해 "나는 복수다(i am vengeance)."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는데, 이 영화의 주요한 토픽이 '복수(復讐, vengeance)'인 것 같다. 배트맨은 고담의 범죄자들에게 복수하고 있었으며, 리들러도 고담의 부폐한 고위인사에 대해 복수하고 있었고, 캣 우먼 또한 자신의 친구를 살해하고 엄마를 버린 사람에게 복수하고 있었다.

 

매우 신선한 시도의 영화라고 보았는데, 대중적인 인기를 끌기는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원작 코믹스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가능성이 큰 영화인데, 마블 히어로 영화 수준으로 기대하는 관객은 실망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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