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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둠의 창조자들' 소감

wehong 2023. 2. 28. 19:34

얼마전 구매해서 다 읽은 '둠의 창조자들'에 대한 소감을 적어 본다.

 

 

비교적 최근에 이전 번역본의 존재를 알게 되었는데, 대략 존 로메로와 존 카맥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고 '둠', '퀘이크', '다이카타나' 이야기도 대략 들은 바가 있어 책의 내용이 너무 궁금했었다. 가격이 곱절로 뛰었지만 새로운 번역본이 나와서 얼른 구매해서 읽게 되었다.

 

존 로메로와 존 카멕의 어린 시절부터 다루고 있지만 원서인 'Masters of Doom: How Two Guys Created an Empire and Transformed Pop Culture'가이 2004년에 출간된 책이다 보니, 존 로메로가 Ion Storm을 정리하여 새로운 출발을 하고 존 카멕이 id 소프트웨어에서 새로운 '둠'('둠 3') 개발을 시작하는 것으로 내용이 끝난다.

 

'커맨더 킨', '울펜슈타인 3D', '둠', '퀘이크' 등의 게임 탄생 뿐 아니라 id 소프트웨어의 성장과 창립 인물들 간의 갈등, 폭력적 FPS 게임에 대한 당시 사회적 시선 등을 담고 있다. 독자들에게 가장 흥미로운 분야는, 서로 다른 성격의 두 존(로메로, 카멕)이 어떻게 의기투합하고 어떻게 헤어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생각보다는 그 상황이 자세히 묘사되어 있으며, 책의 끝부분에 언급되는 여러 인물들을 만나 정리한 것이므로 비교적 중립적 시각에서 기술한 것이라 예상한다.

 

다음 동영상은 존 로메로가 직접 밝히는 스토리다.

다음 동영상은 존 카멕이 직접 밝히는 스토리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개인적으로 저자와 역자 모두에게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다.

 

이 책의 저자는 두 존의 스토리를 건조하게 기술하지 않고 극적인 요소들을 집어넣어 흥미진진하게 되도록 했다. 그래서 책을 읽는 동안 멈출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게 이야기가 전개되지만, 속된 말로 '스토리에 얼마나 MSG를 뿌렸을까'라고 생각이 들 정도로 인위적인 묘사로 보이는 부분도 많다. 저자가 아무리 다양한 자료들을 조사하고 여러 사람들을 만나 인터뷰를 했어도 당시 인물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말을 꺼냈는지 모호한 부분이 있었을텐데, 책에서는 인물들의 심리가 디테일하게 묘사되고 세세한 대화들이 따옴표로 표현된다. 예를 들어 시에라 온라인의 로베르타와 존 위리엄스가 실제로당시 id 소프트웨어 사람들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었는지 알 수 없었을 것이며(책 뒤쪽에 인터뷰 대상 목록에 이들은 없다), 존 카멕이 페라리로 고속도로를 달리는 어떤 시기에 소와 옥수수가 있는 들판을 지났는지도 명확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내용의 일부 부분에 마치 소설 처럼 주관적이고 감성적인 묘사를 사용하기도 한다. 저자가 이 내용의 드라마화 내지는 영화화를 염두하고 쓴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또한 저자가 여러가지 관련 자료를 조사하여 글을 작성했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만, 존 로메로와 존 카멕 활동 이전 시대인 8~90년대의 컴퓨터 및 게임 분야에 대한 선행지식은 부족한 것 같아 보인다. 애플II가 조이스틱을 기본 장착하고 게임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한다든지, PC(IBM PC 또는 호환)가 닌텐도 콘솔(아마도 NES)이나 Apple II 보다 성능이 처리속도가 느리다고 한다든지(그래픽 처리 능력이 모자란 것이지 처리속도 자체가 느리다고 할 수 없다), (시드 마이어에게는 '문명'을, 윌 라이트에게는 '심시티'를 얘기하면서) 크리스 로버츠에게는 '윙 커맨더'를 얘기하지 않고 전 Origin 직원인 점만 언급한다든지 하는 것들이 그런 의심의 원인들이다.

 

역자의 번역도 조금 실망스럽다. 일단, 단순 오타 수준이 아니라 번역 원고 정리가 덜 끝난 것 같은 부분이 다수 보인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또한 원문의 번역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원문을,

Jobs recruited Woz to design Breakout, a new game to Atari.

이렇게 번역했다.

잡스는 아타리의 새로운 게임 <브레이크아웃>을 기획하기 위해 워즈를 영입했다.

'recruit'는 인물을 회사에 합류시킨다는 의미(옥스포드 사전: find new people to join a company, an organization, the armed forces, etc.)도 있지만, 도움을 청하다는 의미(옥스포드 사전: persuade somebody to do something, especially to help you)도 있다. 당시 스티브잡스가 Atari의 인사담당자나 임원이 아니었고 워즈니악은 당시 HP 직원이었기에, 잡스가 워즈를 영입했다기 보다는 워즈니악에게 디자인에 대한 도움을 청했다는 의미가 더 적합할 것이다. 역자가 Apple II의 창업스토리나 두 스티브 인물간의 관계를 알았다면 이렇게 번역은 안되었을 것 같다(실제로 워즈니악의 자서전인 'iWoz' 내용에 따르면 워즈가 얼마의 돈을 받고 잡스의 일을 도와 준 것인데, 저자는 그 상황의 표현에 애매하게 'recruit'이란 동사를 사용했고 역자는 그것을 '영입'이라고 표현했다). 아래는 관련 내용에 대한 동영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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