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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와서 패미컴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었는가 (패미컴에 추억도 없는 사람의 발매 40주년을 맞은 패미컴 게임에 대한 소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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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제와서 패미컴 게임을 플레이 하게 되었는가 (패미컴에 추억도 없는 사람의 발매 40주년을 맞은 패미컴 게임에 대한 소감)

wehong 2023. 3. 24. 10:36

앞서 올린 글들에서와 같이 최근 새롭게 패미컴 기기와 패미컴 게임 몇몇을 구매하여 플레이 해 보고 있다.

 

 

[패미컴 기기] '뉴패미컴 (New Famicom)' 본체 구매

패미컴 플레이를 위해 뉴패미컴(HVC-101)을 구매했다. AV 컴포지트 단자가 있는 편이 나을 것 같아 일반 패미컴이 아닌 뉴패미컴으로 고려했으며, 슈퍼패미컴 구매 시 구비했던 전용 AV 커넥터를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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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의 많은 레트로게이머들 중 80년대에서 90년대 초까지 게임을 즐겼던 사람들은 대부분 패미컴에 추억을 가지고 있는 듯 하다. 해외에서도 유명 유투버 AVGN을 포함하여 어릴 적 NES를 플레이 하며 성장한 사람들이 많아 보인다. 그 분들은 블로그, 유투브 등 각종 미디어에서 자신들의 추억을 바탕으로 패미컴/NES 게임을 소개하는 경우가 많다.

개인적으로 어릴 적 패미컴에 대한 추억은 없다. 과거 국내 기업들이 속칭 패미클론을 들여와서 판매하고 현대전자가 현대컴보이를 판매하던 때 개인적으로는 8비트 컴퓨터 게임을 플레이 하곤 했으며, '컴퓨터학습' 등의 잡지에서 패미클론들의 광고를 본 기억은 있지만 당시 나와는 상관 없는 기기라고 치부했던 듯 싶다. 그렇기에 나는 패미컴 게임들에 추억을 덧씌워 바라보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요즘 이렇게 추억이 없는 패미컴 게임을 종종 플레이 하고 있다. 구매 후 뜯지도 못한 PS4 및 닌텐도 스위치 게임은 옆에 쌓여 가는데 그런 게임들을 두고 시간이 나면 오히려 패미컴 게임들을 플레이 한 편이었다. 나는 왜 발매 40주년이 되는 2023년에 추억도 없는 패미컴 게임을 플레이 했을까? 패미컴 게임에 대해 새롭게 느낀 점들을 적어 보고자 한다.

 

 

 

1. 먼저 앞서

 

모든 패미컴 게임을 플레이 해 본 것이 아니기에 특정 장르와 특정 시기에 국한된 것일 수 있는 지극히 "주관적인" 의견임을 미리 밝힌다. 패미컴 게임 라이브러리에서 장르의 범위는 간단한 퍼즐 게임부터 복잡한 어드벤처나 RPG에 이르기 까지 다양하며,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게임의 완성도와 기술력도 다양했다. 따라서 몇몇 게임만을 보고 패미컴 게임 라이브러리 "전체"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마치 서점 가판대의 책 몇 권만 보고 현재 출판 시장을 판단하는 것 처럼 말이 안된다고 생각한다.

 

 

2. 개인적으로 느낀 패미컴 게임들의 장점

 

(1) 연습으로 성취감을 느끼게 해 주는 확정적(deterministic) 게임 시스템

패미컴의 게임 중에는 게임의 내용이 특정한 형태로 고정 배치되어 있고 플레이어의 조작에 의해서만 그 양상이 바뀌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패미컴/NES의 시스템 아키텍처에는 난수발생기(random number generator)가 없다고 한다. 즉 아래의 영상 19:24부터 설명하는 바와 같이, 게임 내에서 상황이 불확정적으로 보이도록 몇 가지 트릭을 사용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게임 내 상황은 확정적(deterministic)이라는 것이다.

즉, 많은 게임에서 (특히 액션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동일한 타이밍에 컨트롤 버튼을 누르고 동일한 크기만큼 조작을 한다면 게임 내 상황은 언제나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패미컴 시스템의 특성이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에게 깜짝 이벤트를 많이 제공하는 스타일의 게임을 선호하는 사람에게 반가운 측면은 아니겠지만(RPG 팬들이 그럴텐데 패미컴 '파이널 판타지'가 극복한 트릭이 위 동영상에서 소개된다), 연습으로 게임 실력을 향상 시키려는 플레이어나 타임 어택을 즐기는 플레이어에게는 긍정적이기도 한 부분이다.

악마성 시리즈, 록맨 시리즈, 닌자용검전 시리즈 등 다수의 패미컴 게임이 엄청난 난이도를 보이지만, 플레이어가 연습을 통해 점점 게임에 숙달할 수 있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게임에서 적들의 패턴을 동일하고 아이템은 동일한 장소에 있으며 플레이어가 발견한 해법은 언제 플레이 하든지 통한다.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패미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특정 게임을 자주 플레이 할수록 게임에 숙련도가 높아지기 마련이며, 플레이어는 더 나아진 게임 결과를 통해 스스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 아닐까 싶다. 다크소울 류 게임에서 캐릭터가 아닌 플레이어가 레벨업 한다는 농담처럼, 대다수의 패미컴 게임은 자주 플레이 하다 보면 어제는 통과하지 못하던 스테이지를 오늘 통과할 수 있고 한번 통과한 스테이지 공략법은 플레이어의 감각에 남아 다음에도(심지어 몇 년 후에도) 적용 가능하게 된다.

 

(2) 빠르고 일정한 입력 인식

컨트롤러 조작이 게임 내 재빠르게 적용되는 점은 패미컴을 포함한 8비트 게임 콘솔들의 공통적인 사항이다. 복잡한 USB 프로토콜과 다층화된 OS(운영체계) 구조를 사용하는 요즘의 게임 PC/콘솔과 달리, 패미컴은 버튼 입력에 대한 주기적 전기신호를 IO 포트에서 직접 읽을 수 있도록 하드웨어 제어 수준의 프로그래밍을 활용할 수 있다.

패미컴 시스템이 고사양이 아니어서 한꺼번에 여러 스프라이트를 출력하지 못한다거나 다수의 게임 오브젝트들을 동시에 제어할 수 없는 등 제약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패미컴 컨트롤러로 게임 내 캐릭터를 재빠르게 조작하는 것이 요즘의 콘솔에서와 달리 가능하다는 느낌이 자주 들었다. 예를 들어 악마성 시리즈에서 조작하는 캐릭터의 속도는 느리지만 플레이 중 빠르게 입력한 커맨드가 잘 인식하는 편이며, 닌자용검전 시리즈에서 아주 미묘한 버튼 입력 타이밍 차이에 따라 게임 플레이 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또한, 게임 중에서 얼마나 적절한 타이밍에 컨트롤 조작을 하느냐로만 결과를 결정하는 게임이 다수 있는데, 원초적이고 기본적인 이 룰이 머리 아프지 않고 편안하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도록 만들기도 했다.

 

(3) 화려하지 않지만 적당히 구색이 갖추어 진 외양

지금와서 보기엔 16비트 게임 콘솔들에 비해 비주얼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많이 보이지만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많이 갖추었기 때문에 요즘 플레이 해도 못 봐줄 수준이 아니다. 패미컴 보다 이전 세대의 게임 콘솔들에서는 아이콘 수준의 캐릭터 이미지를 보고 플레이어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상황을 이해해야 하기도 했지만, 패미컴 게임들은 그런 수준을 넘어섰고 심지어 유명 만화/애니메이션 캐릭터를 차용한 게임도 많다. 또한 MSX 등 당시 8비트 컴퓨터의 게임에서는 화면 스크롤에 제약이 컸지만, 패미컴에서는 비교적 자연스럽고 부드러운 화면 스크롤이 지원되어 나름 아케이드 게임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기본 조건도 되어 보인다.

패미컴의 이러한 특성을 요즘 시점에서 바라보면, 화려한 비주얼을 삼가하고 게임의 본질에 충실하려고 애쓴 게임처럼 보이게 만들기도 한다. 적당한 그래픽을 보이면서 게임의 기본적인 기능들은 하고 있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요즘에도 다수의 인디 게임들이 마치 패미컴 게임처럼 8비트 도트 그래픽에 제한된 사운드 출력을 제공하면서 게임의 핵심적인 재미에 집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3. "개인적으로 생각하는" 패미컴 게임들의 아쉬운 점

 

(1) 아케이드 게임 인기에 영합하려 급조된 듯 보이는 몇몇 게임들

앞서 언급한 '적당히 구색이 갖추어 진 외양'에 대한 역효과라고도 볼 수 있겠는데, 패미컴 게임에서 적당한 그래픽 표현과 자연스러운 스크롤링 등이 되다 보니 당시 인기 있던 아케이드 게임들을 어떻게든 이식해서 판매량을 늘리려 한 것으로 보이는 부족한 게임들이 다수 보인다. 당시 아케이드 게임들의 스팩에 비해 패미컴 스팩이 모자라므로 '다운이식'은 당연한 것이었는데, 다운이식으로 패미컴 버전 '콘트라' 처럼 아케이드 게임과 또 다른 레벨의 걸작이 만들어 진 경우도 있지만 억지스러운 이식이라는 느낌이 강하게 드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당시 플레이어들이 가정에서의 아케이드 게임 플레이에 목말라 했는지 그리고 개발사들이 얼마나 그 기회를 잡으려고 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라고 생각한다.

 

(2) 환경에 따라 다라 달라지는 게임 플레이 느낌

패미컴은 빠른 컨트롤러의 입력을 인식할 수 있고 이를 이용한 게임도 다수 있지만, 이로 인해 컨트롤러나 디스플레이 등 게임 환경이 바뀔 때 결국 게임 결과에도 영향을 주는 경우도 자주 보인다.

아래의 동영상은 일본의 한 유투버가 패미츠쿠(ファミつく)라는 패미클론 기기의 입력지연을 시험하는 것이다. 클론 기기를 상대로 실험한 것이고 사람의 조작에 의존하는 부정확한 측정 방법을 사용하기는 했지만, 사용되는 입력장치(컨트롤러)나 디스플레이에 따라 패미컴 게임의 결과가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아래 영상 2:15 부분에서, 플랫 디스플레이를 HDMI로 연결된 상태에서 클리어 하지 못했던 것을 CRT 디스플레이를 컴포지트로 연결한 경우 클리어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도 동일한 패미컴 실기에서 게임을 플레이 해도 무선 컨트롤러를 사용한다거나 응답지연이 있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을 때 유선 컨트롤러와 CRT 디스플레이를 사용할 때에 비해 느낌이 다르고 플레이가 잘 안되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었다. 이러한 현상은 당연하게도 패미컴 실기 게임이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의 형태로 공식 출시되는 경우에도 예외가 없는 듯 보이는데, 패미컴 실기에서 여러 번 연습했던 '악마성 스페셜 나는 드라큘라군' 게임의 감각을 PC Steam 버전 '악마성 드라큘라 애니버서리 컬랙션'의 해당 게임에서 적용하면 생각만큼 제대로 진행이 안되는 경험을 하기도 했다.

 

 

4. 마무리

 

이제 출시 40주년을 맞는 2023년도에 패미컴 게임을 할 이유가 있을까? 특히나 당시 추억 없이 이제와서 새롭게 접하는 사람들에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특정한 성향의 취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아직도 플레이 해 볼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현 시점에서 보기에 부족한 점도 많이 보이지만 마치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고전문학책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물론 라이브러리에 있는 게임들이 모두 그런 것은 아니기에 먼저 옥석을 가려야 할 것이다), 패미컴 게임들을 플레이 해 보면서 게임의 기본 같은 것을 생각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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