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미컴 주변기기] FDSSTICK 구매

FDSSTICK이라는 제품을 해외에서 구매했다. FDSSTICK은 FDS, 즉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Famicom Disk System)의 역할을 에뮬레이션 하는 장치이다.

 

처음 FDSSTICK을 알게 되었을 때 거의 즉각적으로 구매를 결심했던 이유는 FDS에서 기계적 장치인 디스크 드라이브(HVC-022)에 대한 고장 염려 때문이었다. FDS 중고품을 구매했을 때 벨트 교체가 된 것을 선택하기는 했지만, 많은 사용자들이 벨트 교체 후에도 다시 벨트 손상이 발생 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한다. 혹시 FDS에 벨트에 문제나 기타 다른 물리적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FDS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는 대안 방법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FDSSTICK을 디스크 드라이브 대용으로 사용하면 HVC-022 없이도 FDS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다.

 

FDS 게임 구동을 위해서는 Everdrive N8 등의 제품에서 FDS 파일 이미지를 구동할 수도 있을텐데, FDS 자체에서 생성되는 오리지널 사운드를 중요시 하는 사람에게 FDSSTICK이 좀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Everdrive나 MiSTer 등에서의 FDS 사운드 구현이 오리지널에 가깝게 발전하기는 했지만 엄밀하게는 모의를 하는 것임에 비해, FDSSTICK은 (디스크 드라이브 대용으로 사용 시) FDS에서 드라이브와 디스크 기능만 모의하는 것이라서 원래 FDS 사운드 음원을 그대로 들 수 있다.

 

FDSSTICK을 사용하는 방법은 크게 3가지가 있다.

하나는, 디스크 드라이브(HVC-022) 및 게임 디스크(퀵디스크) 처럼 동작시키는 것이다. RAM adapter의 디스크 드라이브 포트에 이 장치를 연결하여 사용한다. 이 때 장치는 FDS 파일 이미지를 읽어 디스크 읽기(read) 정보를 RAM adapter로 전송하고, RAM adapter의 쓰기(write) 요청 시 해당 이미지 파일을 갱신 한다. 가운데 버튼을 몇 번 누르느냐 또는 길게 누르느냐로 사이드 A 삽입, 사이드 B 삽입, disk eject의 역할도 모의한다.

두번째는, 게임 디스크를 디스크 드라이브(HVC-022)로부터 읽어 PC에 이미지 파일로 저장하거나 PC에 있는 디스크 이미지를 실제 퀵디스크 매체에 쓰기하는 것이다. PC의 USB 포트와 HVC-022 연결 포트 사이에 장치를 연결한다. 다만, 디스크에 쓰기를 하려면 HVC-022 드라이브에 write protection 기능이 제거되어야 하는 제약점이 있으며(이를 위한 개조는 HVC-022의 하드웨어 버전 별로 조금씩 다르다), 이 장치와 HVC-022 드라이브를 연결할 별도의 케이블 제작도 필요하다.

세번째로는, PC 상의 NES/패미컴 에뮬레이터가 FDS 디스크를 직접 읽어 구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역시 PC와 HVC-022 디스크 드라이브 사이에 장치를 연결한다.

HVC-022 드라이브에 write protection이 풀려있거나(최초 모델은 protection이 없다고 한다) 푸는 개조가 되어 있지 않으면 두번째와 세번째 방법의 사용은 제약이 있기도 하고, 원래 최초의 구매 목적이 디스크 드라이브 고장의 대비였기 때문에 첫번째 방식으로 사용을 해 보았다.

 

해당 기기를 PC의 USB 포트에 꽂으면 저장장치가 아닌 어떤 기기로 인식했고, 전용 프로그램(FDSStick_....exe)을 사용해야만 기기의 저장공간으로 FDS 이미지 파일을 옮길 수 있었다. 해당 프로그램의 'Flash' 탭에서 'Add...'를 눌러 .fds 형식의 이미지 파일을 추가하거나 'Remove' 버튼으로 삭제할 수 있다. 두 기능 모두 'Apply' 버튼을 눌러야 실제 기기의 메모리에서 업데이트가 일어난다. 'Save...'는 게임 플레이 후 저장이 발생한 것을 다시 PC로 저장하기 위한 버튼이다. (참고로 'Bio Miracle Bokutte Upa'는 기기 구매 시 처음부터 내장되어 있었다. 기기 테스트 목적이었나?)

 

FDSSTICK이 연결된 RAM adapter가 꽂힌 패미컴에 전원을 넣으면 FDSSTICK에 내장된 런처 프로그램이 실행되었고, 추가한 '젤다의 전설' 게임이 런처 프로그램의 목록에 잘 보였다.

런처 프로그램에서 게임을 선택하니 해당 게임이 잘 동작했다. 사이드 B를 넣어 달라고 할 때 기기의 버튼을 짧게 두 번 누르니 디스크의 뒷면을 넣는 기능이 실행되었다.

 

짧게 사용 후 개인적 평가를 해 보면 다음과 같다.

 

(1) (적어도 아직까지는) 기능이 잘 작동했다

내장된 런처 프로그램으로 디스크 이미지를 실행하는 방식이라 실행에 문제가 있을 수 있겠다고 예상했는데, 아직까지는 생각보다 잘 동작했다. 디스크 교체나 디스크 저장 기능도 잘 잘동했다. 디스크를 읽고 쓰는 소리까지 있었다면 그냥 디스크 드라이브를 연결해 사용하는 것으로 착각할 것 같다.

 

(2) 설명서가 부족해 보인다

개발자 홈페이지로 보이는 곳이나 미국내 판매처, 국제 판매처 모두 사용에 대한 자세한 설명 문서를 가지고 있지 않다. 다른 사람의 사용기를 참고하거나 직접 겪어 보면서 알아야 하는 수준이다.

 

(3) 저장할 이미지 파일 이름은 짧게 하자

기기에 내장된 프로그램은 디스크 이미지를 잘 실행시키지만, 파일 이름이 긴 경우 목록에서 파일 이름을 다 보여주지 못한다. 대략 30자가 넘어가면 뒷부분이 보이지 않았는데 자동으로 가로 스크롤을 해 주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게임 이미지가 'The Legend of Zelda - The Hyrule Fantasy (Japan) (DO NOT RUN THIS).fds'로 저장되어 있다면, 'DO NOT RUN THIS'라는 문자는 게임 실행 목록에서 볼 수 없을 것이다.

 

(4) 256Mbit의 저장공간은 크지 않다

판매처에서 256Mbit(약 32MB) 용량이면 모든 FDS 게임을 담고도 남는다고 홍보하고 있다. 북미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는 이미지 컬렉션은 용량이 작아서 제작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다수의 개선(revision) 버전이 포함되고 널리 사용되는 비 라이센스 개인개발물들까지 포함된 일본판 세트들은 32MB를 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결론적으로, 패미컴 디스크 시스템에서 디스크 드라이브의 고장을 염려하는 사용자에게 추천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 관련 글 : FDSKey

[패미컴 주변기기] FDSKey 구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