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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람 소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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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유토피아' 관람 소감

wehong 2023. 8. 24. 21:34

영화를 본 소감을 적어 본다.

 

 

제목의 '콘크리트'는 아파트를 의미하는 단어로 보이고 '유토피아'라는 제목과 다르게 '디스토피아'를 그리고 있는데, 종합적으로는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원작이 별도로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원작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얼마나 영화가 기본 스토리를 변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이 영화에 '한국형' 포스트 아포칼립스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이유는 독특하게도 이 시대 한국인들이 집착하고 있는 '아파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인데, 다른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들의 인물들과 달리 이 영화의 인물들은 아파트라는 거주지에 대한 소속감으로 결속되어 있다. 아파트라는 그 배경을 통해 이 영화는 현재 한국 사회의 사회적 현상들을 풍자하고 있는데, 타 거주 지역에 대한 배타성이라거나 거주지나 주택 소유 형태에 따른 사회적 신분 차등 등의 우리시대 현상을 비추어 보여주고 있다. 물론 기본적인 포스트 아포칼립스 영화와 유사하게 혼돈의 시대에 생존과 윤리성 간의 갈등이든지 구성원 간 의견 불일치로 인한 대립 등도 묘사된다.

 

개인적으로는 영화를 보면서 마음이 불편했는데, 영화에서 등장하는 대립들 간에 어느 한쪽 편을 지지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가족이나 공동체를 지켜야 한다는 책임감 / 이웃이나 더 넓은 범위의 공동체가 함께 삶을 공유해야 한다는 박애주의, 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엄한 규율 및 강력한 집행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 / 타인의 관념 및 가치관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 가족이나 공동체의 생존을 위해서는 어떤 것도 불사해야 한다는 의지 / 어떠한 경우에도 인간됨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소신 등. 어느 편의 생각에도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았기에 영화에서의 선악이 모호해 보였고 특정 인물을 지지하기도 어려웠다. 악역 같은 인물을 끝까지 악역으로 보기도 어려웠고, 선한 역으로 배정한 것 같아 보이는 인물에게도 공감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이병헌, 박서준, 박보영의 연기도 좋았지만 김선영 배우의 연기자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이병헌이 분한 김영탁의 의심스러움이 초반에 일찍 암시되는 것은 아쉽게 보였고, 파괴된 서울을 묘사한 CG는 놀라웠다. 좀 더 다양한 입장의 아파트 주민이 나왔다면 극의 진행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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