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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보이 게임] 'Tetris - Rosy Retrospection' (테트리스 유저 패치) 본문
테트리스는 게임보이와 인연이 상당한 게임이다. 책 '테트리스 이펙트'와 영화 '테트리스'에서 설명되는 게임 콘솔용 테트리스 판권 경쟁 안에 닌텐도가 있었고, 닌텐도는 초기 게임보이 판매본에 공식 라이센스를 받게 된 테트리스 게임을 번들로 제공함으로써 플랫폼과 게임이 서로 상생하는 결과를 낳게 했다.
개인적으로 여러 테트리스 게임 중 게임보이용 테트리스 게임에 관심을 많이 가진 편이었다. 여러 게임보이 게임 포팅 중 부담없이 플레이 할 수 있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현대전자가 게임보이를 수입해서 판매한 '현대 미니컴보이'를 구매했을 때 번들되어 있던 테트리스 게임 카트리지를 아직 가지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요즘도 간혹 게임보이를 테스트 할 때 플레이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을 현재의 시선으로 바라보면 아쉬운 점들이 많이 보인다. 'T-Spin' 같이 비교적 근래에 개정된 테트리스 규칙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당연하니 이해한다고 해도, 요즘의 테트리스 게임에서 제공되는 기능이 부족한 것은 아쉽게 느껴진다. 특히 다음에 떨어지는 블럭의 종류는 제대로 랜덤하게 뽑은 것이 맞는지 답답할 때가 많은데, 특정 블럭이 한동안 빈번하게 나온다거나 반대로 특정 블럭이 한동안 나오지 않는 상황이 종종 발생하여 요즘의 블럭 무작위성과 다르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쉬움을 갖고 있다가 얼마전 우연히 오리지널 게임보이 테트리스 게임을 개조(hack)하는 패치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중에서 'Rosy Retrospection' 패치를 선택해서 적용하고 플레이 해 보았다.
이 패치는 오리지널 게임에 여러가지 추가기능을 제공하고 게임을 개선하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그림자 조각 (shadow piece)
현재 순간에 블럭이 그대로 떨어지면 블럭이 바닥에서 어떻게 쌓이게 되는지 그림자 형태로 미리 보여준다. 최근 테트리스 게임들에 기본적으로 제공되는 기능이다.
(2) 다음 3개 블럭 프리뷰
오리지널 게임에서는 다음에 나올 1개의 블럭이 표시되었는데, 이 패치에서는 다음 블럭과 이후 2개의 차순위 블럭까지 해서 총 3개의 다음 블럭을 미리 보여준다. 이것은 다음 블럭을 그냥 난수로서만 결정하지 않고 블럭 군(群)을 미리 선정하도록 수정되었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3) 홀드
요즘의 테트리스 게임은 특정 블럭을 keep 했다가 나중에 사용하는 기능을 대부분 제공한다. 오리지널 게임에는 역시 이런 기능이 없었으나 이 패치에서는 Select 키로 특정 블럭을 홀드(hold) 할 수 있다.
(4) 난수 발생기 향상
오리지널 게임을 플레이 하면 게임 중 특정 블럭이 집중적으로 출현한다거나 잘 출현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게 되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다음 블럭 하나만을 난수로 뽑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 이렇게 되니 각 블럭 종류의 출현 빈도가 짧은 플레이 기간에는 균일하지 않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이 패치에서는 유사 난수 발생기(pseudo random number generator)를 수정하여, '7개 블럭을 담은 bag'에서 하나를 선택하는 방식으로 다음 블럭이 결정되도록 변경되었다고 한다.
(5) 블럭 바로 떨어뜨리기
오리지널 게임에서는 블럭을 그대로 바닥에 떨어뜨리려면 십자버튼을 아랫쪽하여 떨어지는 속도를 빨리할 수 밖에 없었다. 이 패치에서는 십자버튼을 윗쪽으로 하면 블럭이 현재 위치에서 바닥으로 바로 떨어진다. 블럭이 느리게 떨어지는 레벨에서 빠른 플레이를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기능일 것 같다.
(6) 라인 삭제 연출 단출
한 라인이 다 채워져 그 라인이 삭제될 때 오리지널 게임에서는 소리를 내며 반짝이는 효과가 약 1초 정도 되었다면 이 패치에서는 그 연출이 더 짧아졌다. 오리지널 게임의 level 9에서 라인이 삭제되는 효과가 연출되는 1초 정도가 사실 플레이어에게 잠시 휴식 같은 시간이었는데 패치된 게임에서는 그 상황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하기 힘들어 보인다.
(7) 바닥에서 내려와서 움직임 증가
최근의 테트리스 게임에서는 블럭이 바닥에 떨어져도 고정(lock)되기 까지 약간의 시간 여유가 있어서 위치를 변경하거나 회전하는 것이 가능하다. 패치된 게임에서도 블럭이 바닥에 떨어진 뒤 30프레임 안에 블럭을 움직이면(이동, 회전) 15번까지 블럭이 고정되지 않고 움직인다. 현대의 테트리스 룰에 대한 반영으로 보인다.
게임을 플레이 해 보니 여러가지 면에서 오리지널 게임과의 차이가 느껴진다.
우선 난이도가 낮아진 느낌이 들었다. 불합리하게 느껴지도록 다음 블럭이 선정되지도 않았고, 블럭의 움직임도 좋아진 느낌이 들며, 최근의 테트리스 스타일로 플레이 하는 느낌이 들었기에 그랬던 것 같다. 대체로 오리지널 게임 대비 플레이에 쾌적하다는 느낌이 든다.
다른 감각으로 플레이 해야 한다는 느낌도 들었다. 블럭이 떨어진 뒤 가동성이 증가한 점이나 라인이 삭제된 뒤 딜레이가 적어진 점 등으로 인해 플레이 스타일이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블럭이 바닥에 떨어지자 마자 다음 블럭의 이동을 미리 입력한다든가 블럭이 삭제되는 연출이 발생하는 동안 다음 준비를 하면 잠깐 휴식하는 스타일의 플레이를 할 수 없었다.
추가된 요소들이 모두 다 유용한 것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림자 조작이나 다음 3개 블럭 프리뷰 같은 경우 작은 게임보이 화면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고, 홀드 기능도 Select 버튼이 다른 조작 버튼과 위치가 멀기에 높은 레벨에서 유용하지 않았다.
이런 패치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놀랍기는 하다. 평소 과거의 오리지널 게임보이 테트리스 게임에 아쉬움을 느낀 플레이어라면 한번 패치 게임을 플레이 해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