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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 게임] MSX판 '악마성 드라큘라'가 이런 형식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어땠을까

wehong 2023. 10. 24. 19:31

MSX판 '악마성 드라큘라'는 일본 판매 기준으로 패미컴판 '악마성 드라큘라' 출시 후 1개월도 지나지 않아 출시되었다. 하지만 거의 동일한 패키지 커버 아트와 매우 유사한 게임 내 그래픽/뮤직 스타일 등에도 불구하고, 두 게임의 진행 방식은 사뭇 달르다. 패미컴 버전은 주인공 캐릭터가 길을 따라 진행함에 따라 스테이지가 바뀌는 일직선 진행형 스타일임에 반해, MSX 버전은 한정된 지역을 돌면서 열쇠를 찾아내어 잠긴 문을 열어야 다음 스테이지로 진행하는 형식이다.

 

MSX 버전이 이러한 구성을 가진 이유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은 초창기 MSX의 성능 제약, 특히 부드러운 횡스크롤 기능의 부재 때문이라고 이야기 한다. '악마성 드라큘라'는 MSX2 게임이지만 '사이코 월드' 같이 부드러운 횡스크롤링 테크닉이 널리 사용되기 이전의 게임이기 때문에, 패미컴 버전과 같은 액션 게임을 만드는데 제약이 있었을 것이다. MSX '악마성 드라큘라'에서는 화면 끝에 다다를 때 화면이 전환되는 방식을 사용해 스테이지 내 지역을 나누어서 보여준다.

혹자는 이러한 구성이 나중에 개발되는 '악마성 드라큘라 X 월하의 야상곡'과 이후 '메트로베니아(Metrovania)' 스타일의 악마성 드라큘라 시리즈에 영향을 주었다는 이야기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이 게임과 그 게임들은 '진행형' 액션 스타일의 악마성 드라큘라 게임이 아니라는 점 외에는 공통점이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이 게임에서 레벨 업 같은 성장 요소로 게임의 상황을 변화시키는 요소도 없고 무엇보다 (적어도 게임의 초반부에는) 지역이 한 스테이지 내의 좁은 공간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탐험의 자유도가 낮다. '월하의 야상곡' 보다는 '구니스' 게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MSX 버전의 '악마성 드라큘라' 게임에도 화면 내에서는 패미컴 버전과 비슷한 액션을 할 수 있는데, 게임 전체에서 왜 그점을 부각해 진행형 액션 게임으로 만들지 않았는지 개인적으로 의문이다. 스테이지 내 지형을 화면 전환 방식으로 이동하면서 패미컴 버전과 같은 액션 중심의 진행을 했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보스 배틀의 경우 두 게임 모두 비슷한 액션성이 느껴지기도 하며 스테이지 구성에서도 두 게임이 비슷한 구성을 가지고 공통의 에셋을 사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렇게 제작했다고 해도 추가 자원이 많이 요구되지는 않았을 것 같다.

 

횡스크롤의 한계에 대해 나름 대응하면서 패미컴 버전의 게임에 근접하려 노력했던 MSX 게임들은 여러 가지가 있다. '시티 커넥션' 등의 타 제조사의 게임은 차치하고서라도 코나미 게임에 국한해서도 이런 사례는 넘쳐난다. 그런데 그런 경우 코나미는 게임의 구성이나 세부사항들을 바꾸어도 게임의 장르나 특징을 바꾸지는 않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MSX의 '구니스'는 패미컴 버전과 달리 화면을 넘기면서 지역을 이동하지만 넓은 지역에서 아이들과 아이템을 찾아서 다음 스테이지로 이동하는 어드벤쳐 방식은 다르지 않았다. '그라디우스' 시리즈와 '사라만다'는 게임의 세부사항을 바꾸고 MSX 스펙 한계로 인해 뚝뚝 끊어지는 가로 스크롤을 억지로 채택했지만, 시리즈 고유의 비행 슈팅 특성은 동일했다. 심지어 MSX의 '콘트라'의 경우 부드러운 횡스크롤 없이 제대로 플레이 될 게임이 아님에도 코나미는 게임 장르나 특성의 변경 없이 이식했다. 그래서 MSX '콘트라' 처럼 MSX '악마성 드라큘라'도 진행형 액션으로 왜 만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MSX의 성능 한계 상 여러 이동 패턴을 가지는 다양한 적들이 함께 출현할 수는 없겠지만, 고정된 한 화면에서 플랫폼을  뛰어 넘고 적들을 퇴치하는 액션을 최대한으로 끌어 내는 것도 괜찮았을 것 같다.

 

이 게임이 패미컴 버전과 스타일이 다르지만 나름의 재미가 있다는 점도 인정한다. 열쇠 위치를 아는 스테이지에서는 빠른 게임 진행이 가능했고, 다양한 아이템을 얻거나 구매해서 적용하는 재미도 있었다. 하지만 게임의 형식을 바꾸기 위해 채택한 독특한 특성 중 일부가 조금 아쉬움을 준다고 생각한다.

첫번째는, 다음 스테이지로 가는 문을 열기 위한 하얀 열쇠가 벽에 숨어 있는데 그것을 직관적으로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차라리 하얀 열쇠가 스테이지 속에 있는 여러 상자 중 하나에 들어있으면 시각적으로도 좋고 열쇠를 찾는 것이 재미있었을 것 같다. 상자를 하나씩 조사하면서 다음 목표도 생기게 되고, 접근이 어려운 곳에 위치한 상자에 다가가기 위해 플레이어가 고심할 수도 있게 될 것이다. 패미컴 버전에서 벽에 고기가 있다고 상상도 못하고 지나가는 지역이 많듯이, 사전 정보가 없는 경우 MSX 버전에서 열쇠가 있는 벽의 위치를 알아내기에는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할 것이다.

두번째는 게임 룰의 일관성이 지켜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특정 지점에 다다르기 위해 플랫폼에서 떨어져서 아랫쪽으로 떨어질 수 있는 게임 디자인을 도입했다면 낙사 구간은 모두 없애야 일관성을 가졌을텐데, 일부 구간의 플랫폼 지점점에는 패미컴 버전과 동일한 구조의 낙사 지점이 존재한다. 즉, 플랫폼에서 떨어진 후 처리가 지점에 따라 다르기 때문에 어떤 곳에서는 아래 층으로 떨어지고 다른 어떤 곳에서는 화면 전환 없이 즉사하는 것이다. 다음 스테이지 진행에 필수인 하얀 열쇠를 찾는데 아래쪽으로 떨어지는 것이 중요한 방법이기도 하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지점에 따라 달라지는 지형의 특성을 알아야 한다는 점이 부조리해 보이기도 한다.

 

MSX 버전 게임이 X68000 버전 게임과 함께 "컴퓨터 플랫폼"으로 나온 '악마성' 시리즈 게임이라는 점을 더 활용했어도 괜찮았을 것 같다. 예를 들어 스테이지 클리어 시 플로피 디스크나 SRAM에 진행상태를 저장하는 기능을 둔다든지(X68000 버전에서는 진행저장이 된다), 캐릭터를 조작하는 키를 설정에서 변경할 수 있다면(실제로 불편함 때문에 점프 키를 윗쪽 방향키와 별도로 두는 사용자 패치가 존재하기도 한다) 더 편리한 플레이가 가능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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