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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엔트 특급 살인' 소감

wehong 2024. 1. 8. 12:28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에 이어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었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와 같이 출판사 '황금가지'의 번역서로 보았다.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를 읽음

어제 1장만 읽었다가 오늘 나머지를 다 읽었다. 그만큼 흥미롭고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하는 스토리를 지닌 소설이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보지 못했기 때문에 이 소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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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학창 시절에 이미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읽은 바가 있다. 그 당시에도 어찌어찌 하여 소설을 읽기 전에 사건의 범인을 알고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당시에 소설에서 언급되는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아 흥미롭게 읽지 못했고, 그로 인해 이 소설의 명성에 대해 공감하기 어려웠다. 그래서 제대로 다시 읽어 보고 싶어서 이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이로 인해 이번에 다시 읽을 때 '어떻게 그런 추론을 하게 되는지'에 더 집중했다고 볼 수 있다).

 

다시 읽어보니 이전 보다는 훨씬 잘 이해는 되었다. 복잡한 사건 상황에 대해 좀 더 이해하기 쉬웠는데, 책의 중간 즈음에 있는 열차 내 침실 위치에 대한 그림이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범인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책을 읽으며 나 혼자 이런저런 추리를 했을 법 할 정도로 잘 번역되어 있고 있다.

특히 중간중간 흘리 듯 서술된 디테일한 사항을 푸아로(예전 책에서는 뽀아로 또는 포아로 등으로 번역되었던 것 같은데)가 놓치지 않고 캐치하여 상황을 올바로 이해하는데 사용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고, 그가 사람의 심리를 이용한 방법으로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얻어내는 방법 또한 흥미로웠다.

 

하지만 마지막 결론에 다다른 그의 추론이 사실 객관적 사실들에 의한 논리적 추론이라기 보다는, 정황을 놓고 이를 설명하기 위한 그의 가정을 상대에게 확인 받은 것에 가깝지 않나 하는 생각은 든다. 'A라는 사실에 비추어 보면 B가 거짓말일 수 밖에 없어 C가 범인이다'는 식이라기 보다는 'A, B, C라는 설명이 모두 논리에 상충된다면 D가 아닐까'라는 추론에서 D를 상대에게 내밀고 확인 받는 형식이라고 보인다.

물론 고립된 열차 안에서 별다른 사실 확인을 할 수 없고, 용의자의 말에만 의지해 추론을 해야 하는 상황이며, 결국 범인이 그런 형태라면 어쩔 수 없어 보이기는 하다. 하지만 푸아로의 최종 추론이 범인이 반박할 수 없도록 논리적으로 좀 더 명쾌했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소설의 결말은 현재의 시점에서 흥미롭다. 법치주의 관점을 갖고 있는 현대인들에게는 찜찜할 수도 있겠는데, 책의 마지막에 나온 작품 해설 내용과 같이 저자 애거서 크리스티가 사회적 약자에 관심을 기울였기 때문이거나 저자가 법이라는 형식 보다 정의(正義)라는 것 자체에 더 무게를 두었기 때문에 그러한 결말을 내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며, 혹은 소설 속 '암스트롱가' 사건의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이 유럽인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결말을 지었을 수도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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