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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아쉬운 점들 좀 더 구체적으로 언급

wehong 2016. 5. 2. 22:38

코믹스나 영화를 보지 않은 분들에게는 스포일러 내용일 수 있습니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영화에 대해 아쉬운 점들을 좀 더 언급해 보고자 한다.

이 영화에 대한 좋은 이야기들이 다른 곳에서 많이 할테니...


이 영화는 '캡틴 아메리카' 영화의 세번째 시리즈이기도 하지만, 부재가 마블팬들에게 너무나도 유명한 '시빌워'이며 기본적인 스토리 골격을 '시빌워'에서 가져왔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시빌워'의 다소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 주리라 기대했었다.

게다가 감독인 루소 형제는 이전 작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저'에서 기존 마블 영화들 보다 좀더 심도 있는 주제를 다루었고, 그 주제(질서 유지를 위해 개개인들을 통제하고 심지어는 사전에 제압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는 코믹스 '시빌워'의 캡틴 아메리카 팀의 주장과도 맞아 들어 갔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원작 코믹스도, '질서 유지를 위해 강력한 힘이 통제되어야 하는지'와 '질서를 명분으로 개개인이 자유가 희생되는 것이 거부되어야 하는지'의 간단하지 않은 명제들이 제시된다.

이는, 테러 등으로부터 안전을 보호 받기 위해 국가기관이 더 큰 힘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과 개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국가와 같은 권력에 의해 여전히 침해 받을 수 없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는 최근 국제 사회의 이슈와 일맥상통한다.


이 영화의 전개에서 아쉬운 점은, 아이언맨 측은 그런대로 소코비아 협정을 지지하는 이유가 분명(어벤저스 1, 2 사건 등으로 발생한 시민들 피해에 대한 죄책감)한 반면 캡틴 아메리카의 반대 이유가 불명확하다.

게다가 그의 행동에 대한 결정은 큰 명제에 대한 고민에 기인했다기 보다 오로지 그의 친구에 대한 사적 감정이 주가 되었다는 점에서 깊은 성찰의 냄새가 나지 않는다.


편이 나눠진 것도 그렇다.

코믹스 처럼 엄청난 마블 히어로가 영화에 나오지 않기 때문에 적절히 편을 나누기가 쉽지는 않았겠지만, 자신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심적 갈등을 겪은 스칼렛 위치가 캡틴 편에 있다는 것도 단순히 스타크의 감금에 대한 거부감 때문이었다고 표현하기에는 부족해 보인다.

스파이더맨도 원작에서처럼 심경의 변화를 겪는 것이 아니고, 그냥 아무 상황도 모른채 아이언맨의 권유로 투입된다(영화에서 피터가 아직 학생이라는 설정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원작에서 설득 당하고 자신이 결정 한 것과는 느낌이 많이 다르다).

로디는 자기 생각이 있어 보이지만 팔콘은 그냥 캡틴을 의지해 따르고, 나타샤는 두 의견 사이에서 갈등하는 것이 아니라 캡틴과의 인간 관계 때문에 갈등한다.

즉, 각 히어로가 이 명제에 대해 깊은 고민을 했다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


이 영화에서 가장 불편했던 점은, 영화가 '캡틴 아메리카'임에도 불구하고 그 주인공의 결정들이 공감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잘 표현되지도 않았지만 그가 죽마고우였던 버키에 대해 연민을 느끼고 두둔할 수는 있으므로 그렇다고 치자.

그는 그의 직감과 그의 양심만 의지하여, 버키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동료들을 끌어들였다.

더 많은 윈터솔저들의 출현을 막아야 한다는 목적으로 공항을 쑥대밭으로 만들 때 왜 그는 갈등하지 않았을까.

그가 아이언맨과의 우정 대신 버키를 더 지키고자 했던 이유는 무엇이며 그것이 정당한 것이었을까.

많은 것들이 그가 주연인 영화 치고는 설명이 잘 되지 않았다.


얼마전 혹독한 평가를 받은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이 '어, 우리 엄마 이름도 '마사'인데'로 놀림을 받는다면, 이 영화는 '내 친구 버키는 그 때 제 정신이 아니었어'로 놀림을 받을 만 하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캡틴 아메리카의 행동은 '퍼스트 어벤저'와 '윈터솔저'를 보면 유추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관객이 너무 많은 감정 이입의 추가를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적절한 변명이 아닐 것 같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어벤저스3 파트1에서는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를 찾아가서 타노스를 막기 위해서는 그가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방패를 다시 건네 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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