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아메리카: 시빌워 (Captain America: Civil War)

글에 스포일러 내용이 있을 수 있으니 확인 필요

많은 히어로 영화 팬들이 2016년 기대하던 영화 중 한 편이었다.

지극히 개인적인 평가를 한 마디로 한다면, '관객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받게지만, 좀 아쉽다'이다.

이 영화의 좋은 점은 많다.

감독인 루소 형제는 이전 작 윈터솔저에서와 마찬가지로 캡틴 방식의 화려한 맨몸 액션을 선사했다(대신 후반부 여러 히어로가 날아다니면서 엄청난 에너지를 발산하는 어벤져스 스타일 액션이 될 때 이 장점은 사라진다).

게다가 어벤져스 보다 더 많은 히어로 캐릭터(특히 새로 합류한 스파이더맨과 블랙팬서 까지)가 저마다 개성을 뽐내니, 마블 코믹스 팬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개인적으로 앤트맨과 스파이더맨의 깐족거림이 정말 매력적).

오랜만에 마리사 토메이와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를 한 영화에서 보는 것도 신기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관객에게 던저 주는 메시지가 생각보다 없다는 점이 아쉽다.

히어로 무비에서 뭘 그런 걸 바라냐고 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고 그래서 이 영화가 결국 흥행할 것이라 예상되지만,

이 영화가 가져다 쓴 원작이 '시빌워'이고 '시빌워'가 마블 코믹스 중 그래도 독자들에게 어떤 화두를 던졌던 작품이었다는 점에서, 이를 기반으로 한 영화가 코믹스와 같은 깊은 질문을 영화 관객에게 던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아쉽다.

오히려 아이언맨 스타크는 소코비아 협정에 동의하는 동기가 잘 나오는 반면 주인공인 캡틴 아메리카 스티브가 우려하는 점이나 동기는 잘 표현되지 못하고, 캡틴 아메리카의 관심은 그의 친구의 누명 벗기기에 집중되어 있는 듯 하다.

악역인 제모도 그의 사연이 간단히 소개되고 영화 속의 갈등들이 히어로 개인 간의 충돌이다 보니, 소코비아 협정으로 대표되는 큰 힘의 통제와 자율성이라는 딜레마를 부각시키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의 결론도 원작 코믹스의 결론 처럼 깊은 메시지를 던지지 못하고, 극단적으로 말하면 캐릭터들을 화려하게 구성한 단순 액션 영화에 가깝게 되었다는 느낌이다.

마블 영화에 DC 영화 이야기를 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비교하자면, '배트맨 v 슈퍼맨'은 괜찮은 주제를 어설프게 풀어 내었고 '캡틴 아메리카 시빌워'는 괜찮은 소재를 가볍게 풀어 낸 느낌이다.

뭐, 하지만 이 영화는 관객에게 호응 받을 것이라 예상된다. 이전 어벤져스 시리즈에서도 못 보던 마블 시네마의 히어로들이 모여서 꽤 괜찮은 액션들을 선보였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