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GO(R) means to me...

LEGO를 처음 알게 된 것은 지금은 초등학생이라고 표현하는 국민학생이었을 때 였을 것이다. 유치원 때에도 블럭을 갖고 놀았던 기억이 있지만 LEGO 블럭은 아니었다. 당시 미국에 다녀오신 큰 어머님께서 LEGO System 시리즈 중 마을 시리즈와 우주 시리즈를 나와 사촌 동생에게 주셨다. 나와 사촌 동생은 서로 우주 시리즈를 가지려고 했고, 기억에는 아마 사촌동생이 가위바위보에서 이겨서 우주 시리즈를 가졌고 나는 실망한 나머지 마을 시리즈를 갖지 않고 큰집에 두고 왔던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 기회에 외할머니 댁에 갔다가 안동의 어느 문방구에서 제일 작은 사이즈의 LEGO 박스를 보고 구입했었다. 레이서 모델이었는데 사람 모형 하나와 몇 조각의 블럭만으로 구성된 최저가의 모델이었다. 그리고나서 얼마 후 한국에서 발매되었던 마을 시리즈의 주유소 모델을 구입했다. 꽤 큰 구성이었고 자동차 모델과 오토바이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에 그 부품들로 혼자만의 모형들의 만들기 보다 설명서에 나와 있는 모델들을 제대로 따라하기에 더 치중했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창의적 생각보다는 기술적인 면에 더 치중했던 것 같은데 이런 성향이 아직도 나에게 남아 있는 듯 하다. 남들이 PC의 데스크탑 화면을 자기 방식대로 멋지게 꾸미기에 치중할 때 나는 어떻게 하면 OS의 기본 설정값을 흐트리지 않고 유지할까를 고민했으니... 얼마간 그 주유소 모델보다 큰 제품을 구입하지는 않았다. 다만 백화점 등에서 벌어지는 LEGO 만들기 행사에서 어마어마한 모델이나 수많은 블럭을 보고 부러워 했었던 기억이 남아 있다. 블럭의 조립보다 사람 모형 등으로 놀기를 유도하는 성 시리즈는 당시에도 나에게 실망감을 안겨 주었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흘러 대학교 1학년을 마감하고 입대를 며칠 앞 둔 시점, 뭔가 아쉬움에 백화점을 돌아다니다가 LEGO Technic 시리즈를 보게 되었다. 이전에 보아 오던 System 시리즈 보다 더 정교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전시된 자동차 모델은 흡사 RC car를 연상케 했기에 원격 조정도 가능할 것 같다는 나름의 상상을 했었다. 입대가 며칠 안 남은 시점이 아니었다면 아마 미친 척 하고 구입했을 것이다.

입대를 하고 군 복무 중이었던 어느 날 조선일보 신문을 보는데 기사 중에 하나에 MIT와 LEGO가 전자 제어가 가능한 LEGO 모델을 개발했다는 기사를 읽었다. 흥미로운 기사였지만 과연 출시가 될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제대하고 Linux에 대한 잡지를 보는 중, 일본 Jin Sato씨가 기고한 RCX 및 LegOS 기사를 보았다. 당시 내 마음을 흔들었고, 나는 제대 전부터 친척들에게 인사하며 받았던 돈을 LEGO Mindstorms 시리즈의 RIS 1.5를 사는데 썼다. 당시 나를 더더욱 불 붙였던 것은 이것에 대한 국내의 관심이 초기 단계였다는 것이었다.

Mindstorms 자체가 힘겹게 수입되던 때에서 국내 사용자도 형성 단계였고 대부분의 해킹 자료도 외국의 자료였다. 그래서 이리 저리 자료들을 수집하고 번역하면서 나름대로 웹 사이트를 만들었다. 게시판에서 도움 요청에 도움으르 주면서 기쁨을 느끼기도 했다. 하나의 터치 센서를 여러 신호를 받아 들이도록 하는 테크닉을 외국 책에서 보고서 시도해 보기 위해 학교 DIY실에서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납땜도 해보았다.



첫 직장에 다닐 때, PL이 LEGO Mindstorms의 RCX에 OS를 올릴 수 있고 그것은 교육용으로 의미가 있겠다는 얘기를 했다. 내가 가지고 있다고 하자 그걸 가져와 보라고 가끔 요청했는데 쉽게 가져갈 여력은 안되었다.

첫 직장을 그만 두고 대학원에 다닐 때, 다니게 된 연구실에서 LEGO를 이용한 실험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에 그 상황이 좋아 보이지 않았는데 이유는 그것이 학부 실험에 사용되는 교육 도구였고 그것이 대학원에서 연구할 topic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다. 처음에 실험실에서 맡게 될 연구 topic을 정할 때도 다른 topic을 얘기했다. 그런데 일이 이상하게 돌아갔다.

하드웨어 중심의 일이 싫어 회사를 나와 대학원에 들어 갔건만 대학원 연구실에서 breadboard 납땝을 시켰고 거기에 대해 불만이 있었다. 그런데 그 board는 LEGO를 이용한 학부 실험 때 사용될 도구의 저가형 revision으로 연구실의 많은 인원이 심혈을 기울여 왔던 것이다. 나는 정말 남땝만 했는데, 다른 사람이 할 때 잘 안되던 것이 이상하게 내가 납땜하던 board가 동작을 하고 만 것이다. 그리고 담당 교수는 나에게 LEGO와 관련된 그 board를 한 학기 동안 연구 주제로 잡게 했고, 연구실의 벤처 기업에서 나에게 LEGO 블럭과 제작 board를 관리하는 일을 맡겨 버렸다.

어렸을 때 그토록 가지고 싶어 했던 블럭들과 Mindstorms에 심취했을 때 구입을 위해 난리를 쳤던 RCX 모듈과 모터, 광센서, 로테이션 센서들이, 벤처 사무실에 가득 싸여 있었지만 그 때는 정말 관심이 없었다. 그건 대학원 연구실에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벤처에서도 벗어 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또한 갖고 놀 때는 재미있을지라도 왜 로테이션 센서가 한 두 바퀴를 카운트 하지 못하는지를 지정된 날짜까지 밝혀 내야 하게 되니 LEGO 블럭들이 흥미로워 보이지도 않았다.

대학원 실험실에서 1년이 지난 뒤 벤처가 자리를 잡으면서 나는 나름대로 벗어 날 수가 있었다. 가끔 벤처에서 판매한 LEGO 교육 교재로 타 학교 학생들이 재미있는 모형을 만들면 한번씩 보기는 했지만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졸업 때가 되었을 때 갑자기 엉뚱한 생각이 들었는데, 대학원 1년차 때 모은 Mindstorms에 대한 지식으로 LEGO Korea에 취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RCX에 문제가 생겨 A/S를 요청하면 고치고 하는 정도는 쉬엄쉬엄 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착각 때문이었다. 더구나 RIS 모델의 CD에 스크래치가 생겨 A/S를 부탁했을 때 공 CD에 구워주는 엽기적인 만행에 분노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또 LEGO를 만지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RCX가 대폭 업그레이드된 차기 Mindstorms가 발매된다고 하니 어쩌면 하나 구입하게 될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