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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티브 잡스 (Steve Jobs)' 다시보기

wehong 2018. 11. 6. 22:21

이 영화를 보고 이전에 감상 같은 것을 올린 적이 있다. 솔직히, 당시에는 이 영화를 그렇게 좋게 보지 않았다. 'Pirates of Silicon Valley', 'iSteve', 'Jobs' 등 스티브 잡스를 다룬 영화들은 나름의 근거를 가지고 당시 상황을 묘사한다고 보인 반면, 이 영화는 3가지 큰 이벤트 안에서 스티브 잡스를 묘사하려다 보니 그 이벤트 당시 발생하지 않았을 것 같은 이야기들을 거기에 끼워넣는 듯한 인위적인 느낌을 많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최근 유투브에서 이 영화의 몇 가지 클립을 다시 보게 되면서, 어쩌면 이 영화가 다른 스티브 잡스 영화들 보다 더 훌륭하게 당시의 복잡한 상황을 압축하고 재해석해서 스티브 잡스 주변의 상황을 밀도 있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물론 당시의 상황을 리얼하게 재현했는가의 관점에서는 여전히 다른 스티브 잡스 영화보다 좋은 점수를 받기 힘들겠지만, 영화가 자신의 해석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는가의 관점에서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 해 보인다. 즉, 단순한 사실 묘사 및 전달에 그치지 않은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영화의 클립 중 하나는 다음과 같은, 스티브 잡스와 스티브 워즈니악의 대화 장면이다.

 

 

이 장면처럼 두 사람이 공개 장소에서 치열하게 치고 박고 했는지 알 수 없다. 이 장면처럼 서로를 비틀즈 멤버에 빗대어 이야기한 적이 있는지도 알 수 없다. 하지만 스티브 워즈니악은, 한 때 애플을 먹여 살리며 매킨토시(Macintosh), 리사(Lisa) 등을 개발하는데 자금줄이 되어준 Apple II를 인정하지 않았던 스티브 잡스에 대해 이런 수준의 감정을 가질만 했다고 짐작이 된다. 연출진은 그 상황을 더 확대하여 그 둘의 감정선을 극대화 하고 그 안에서 연출진의 의견을 표현한다.

 

다음도 실제로 그랬는지와 상관없이 관객에게 공감을 줄 장면이다.

 

 

스티브 잡스에게 "What do you do?"라고 하며, "프로그래밍도 못하고(You can't write codes), 엔지니어나 설계자(designer)도 아니고, GUI도 사실 Xerox PARC에서 훔친 것인데, 서킷 보드를 개발한 자기보다 왜 사람들이 스티브 잡스를 천재라고 하는지 모르겠다"고 성토하는 스티브 워즈니악의 모습은, 그런 대화가 실재 벌어진 일이 아닐지라도 실제 상황과 비추어 보면 매우 극적이다. 애플이라는 회사가 설립되게 기술의 기반을 만들었던 워즈니악이, 자신보다 기술적 능력 없다고 생각되는 스티브 잡스가 자신보다 더 대중에게 인기를 얻는 상황을 보면 가질 수 있는 당연한 감정이다. 이제까지 본 여러 편의 스티브 잡스 관련 영화 중, 이것을 이렇게 극적으로 표현한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그 후에 나오는 대사인, 장착된 저장장치(Optical drive (아마 NeXT의 MO를 이야기하는 듯))가 구리고 NeXT 컴퓨터가 가격이 비싸서 실패(You're gonna get kiiled)할 것이라는 것은, 실제로 NeXT가 출시되고 시간이 한참 뒤에 평가된 실패 요소들이라 그 당시에 워즈니악이 그렇게 생각하고 이야기했을 가능성이 매우 낮다. 하지만 시간적 순서와 객관적 사실을 초월해서 두 사람을 첨예하게 대치시킨 구성은, 지금 보니 매우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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