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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Sega) 게임기어(Game Gear) 콘솔 구매 본문
1. 옛날 이야기
어렸을 때 포터블 콘솔로 닌텐도의 게임보이를 가지고 있었다. 어떻게 샀는지, 왜 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데, 샀던 기기는 현대에서 '미니컴보이'라는 이름으로 출시한 것이었다. 반면에 당시 사촌동생은 세가의 게임기어를 가지고 있었다. 삼성에서 '핸디 겜보이'로 판매하던 것인지 기억은 나지 않지만, 가지고 있던 게임보이에 비해 월등히 좋아보이는 면모들 때문에 굉장히 부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
게임보이나 게임기어 모두 포터블 게임콘솔이지만 게임기어가 게임보이를 압도한다고 생각했던 점은 여러 가지가 있다. 컬러였고(가지고 있던 게임보이는 게임보이 컬러가 아닌 초기형 흑백이었다), TV 튜너 같은 멋진 외부 기기도 가지고 있었으며, 당시 좋아하던 세가 스타일의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있었다. 아직도 기억이 나는 당시의 상황 중 하나는, 게임기어에서 'GG 시노비'를 플레이 하다가 게임보이에서 '슈퍼 마리오 랜드'를 플레이 했을 때 허탈감을 느꼈던 것이다. 게임기어의 게임은 성숙된 게임 같다고 느꼈고 게임보이의 게임은 아이들 장난감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이제와서 생각해 보면, 두 기기는 하드웨어 성능도 달랐고 가격도 달랐기에 사실 동일 기준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
2. 구매 동기
게임보이 어드밴스, 네오지오포켓을 구매하면서 휴대형 레트로 콘솔이 나름 재미를 준다는 점을 깨달았고, 앞서 설명한 기억이 있는 게임기어가 생각났다. 게임 타이틀도 (요즘에 AAA급이라고 지칭할 만 한 초인기 타이틀을 빼면) 저렴한 편이고, 중고 콘솔의 가격도 생각보다는 저렴했다(비개조 제품 기준으로...). 그래서 한 대 구매보려고 생각했다.
3. 구매 해프닝
eBay에서 구매했다. 두 번 구매했다는 것이 해프닝이라고 부르는 이유.
처음 모 셀러에게 구매했는데 화면 상단의 1/3이 검게 나왔다. 셀러에게 컨택했더니, 처음에는 돌려보내면 보내주면 교체하거나 환불하는 옵션을 이야기했고, 한동안 연락이 없어 연락을 했더니 아팠다는 (핑계같아 보이는) 이유를 얘기했으며, 또 더 이상 연락이 없어 평가를 낮게 주니까 주소를 몰라서 새 제품을 못줬다고 하면서 주소를 알려주면 새 제품을 보내겠으니 평가를 바꿔달라고 연락이 왔다. 그런 과정에서 이 셀러에 대한 신뢰를 잃고 다른 셀러에게 비슷한 제품을 구매했다. 물론 돈은 거의 두 배가 들었다.
4. 구매 전 확인해 본 점
게임기어는 오래된 제품인만큼 중고 제품들은 대체로 노후화 되어 있다. 이에 따라 몇 가지 이슈들이 있는데, 유명한 것 중 하나가 커패시터(capacitor)다. 제품에 사용된 커패시터가 오래되면서 제 기능을 못하거나 누액이 발생되어 회로를 망치는 일이 자주 발생했다고 한다. eBay에서 커패시터를 교체했다고 하면서 판매하는 제품들이 다수 있다.
그리고 액정도 오래되면서 제 기능을 못 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설명한 첫번째 구입의 제품이 이런 케이스 인 것 같다. 그런데 재미있는 점은, 정상 상태의 오리지널 액정도 화질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오리지널 게임기어가 채택한 액정 자체가 컬러이지만 좋은 패널은 아니기 때문에 McWill 등 새로운 LCD 패널로 교체한 제품도 있다(물론 이런 제품은 가격이 비싸다).
5. 사용 소감
오랜만에 사용해 보고 느낀 점을 적어 보겠다.
(1) 외관
중고를 구매하였는데, 특히나 바디에 상처나 얼룩이 좀 있는 편이었으며, 액정 패널의 플라스틱 덮개는 교체해 준 것 같다. eBay 중고들을 보면서 느낀 생각은, 게임기어 중고품의 수량은 많은데 외상이 없는 민트급의 제품은 별로 없는 것 같다는 것이다.
(2) 화면: 원래 액정이 이 정도였나?
추억 보정 때문이었을까? 액정 화면을 보고 처음 든 생각은 '우와, 이걸로 계속 플레이 할 수 있을까?'였다. 밝기는 어두웠고 선명도(sharpness)가 너무 나빠 초점이 안맞은 채 사물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대체 예전에는 어떻게 했을까 싶다. 그래서 많은 유저들이 LCD 패널을 바꾸는 개조를 하나보다 싶다.
(3) 조작감과 파지감은 좋다
A, B 버튼을 누르는 느낌이 좋고 방향키도 쾌적했다. 둥글둥글한 몸체 디자인 덕으로 기기를 손에 쥘 때 느낌도 좋다. 발매 당시 '포터블', '핸디' 같은 단어가 어울리지 않게 몸체가 커서 비판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다시 잡아 보니 편안하고 괜찮았다(다만 조금 더 가벼웠으면 좋았겠다 싶다).
(4) 게임 플레이 느낌
최근까지 시중에 사용되고 있는 게임기어 에뮬레이터가 게임기어의 느낌을 충분히 살리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실기에서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기의 플레이가 GPD XD Plus에서 Retroarch의 코어로 플레이 한 것에 비해 훨씬 쾌적하고 좋았다. 그냥 기분 만이 아니라고 판단되는 증거는 게임의 진행도인데, 실기에서는 노 데미지로 빠르게 한 스테이지를 클리어 하던 것이 에뮬레이터에서는 스테이지 클리어가 안되어 진행이 계속 안 될 정도다.
6. 게임 타이틀
재미있게도 얼마 전 까지 미국 판매 사이트에서 게임기어 신품 타이틀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당시 'Sonic the hedgehog 2'와 'The Lion King'을 구매했었다.
역시 당시 세가 게임은 재미있고 개인적 취향에도 맞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