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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 에뮬레이션과 실기 구동 사이...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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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게임, 에뮬레이션과 실기 구동 사이...

wehong 2019. 6. 9. 20:22

Mega Sg 구매 글에서, 에뮬레이터 대신 실기 또는 실기에 버금가는 환경에서 게임을 구동하고자 한 이유를 조금 더 자세히 소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이에 대한 글은 이전부터 작성하고 있었고 조금씩 수정하는 중이었다. 다루려고 했던 내용의 골자는, 에뮬레이터를 이용한 레트로게임 플레이와 실기를 이용한 플레이에 차이가 느껴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글을 작성해 가면서 이에 대한 근거 자료들을 일부 준비하고 있었는데(입력지연 현상을 슬로모션으로 찍어보기도 하고 기술 자료를 찾기도 했다), 그 생각이 틀렸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 반대의 경험을 하게되었다.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졌고 심지어 실기나 Mega Sg 등의 부가 기기를 구입한 비용이 아깝다는 생각이 드려고 할 정도였다.

이렇게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서 어떤 결론을 내리는 것이 맞는지 아직도 확실하지 않다. 그래서 그냥 겪은 상황을 시간 순으로 써 내려 가 보려고 한다.


(1) 경험 #1 - GPD XD Plus에서 에뮬레이션의 편리성과 가능성을 보다

GPD XD Plus를 구매하고 이에 대해 사용 소감을 밝힌 바 있다. 여러가지 실험을 해 보고 든 생각은, '간편하게 레트로 게임을 플레이 해 볼 수 있겠다'였다. Retroarch 등의 앱을 사용하면 하나의 기기에서 여러 콘솔 게임을 편하게 즐길 수 있고, 특히 Neogeo Pocket Color, Game Gear 등 포터블 콘솔의 문제로 지적된 액정문제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적당히 오버레이나 쉐이더를 먹이면 화면에서 예전 콘솔 느낌이 나는 것도 매력적이었다.


  

< 레트로 휴대 콘솔의 화면은 상상 이상으로 불편함이 있다 >


< 에뮬레이터에서는 보기 좋게 보인다 >


(2) 경험 #2 - Game Gear 실기에서 에뮬레이터와 다른 상쾌함을 느끼다

Game Gear 실기를 종종 플레이 하다가 우연히 GPD XD Plus 상의 에뮬레이터에서의 플레이와 비교해 보면서 플레이 할 기회가 생겼다. GPD XD Plus 쪽의 화면이 더 깨끗하고 실행도 편리했는데 이상하게도 플레이가 실기에서 보다 잘 되지 않았다. 실력이 녹슬었나 하고 생각하기에는, 다시 실기에서 플레이 했을 때 플레이 결과가 다시 좋아지는 것이 체감되었다. 실기에서는 감각적으로 컨트롤이 되는데 에뮬레이터에서는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GPD XD Plus의 Retroarch에서 에뮬레이터 코어 종류와 여러가지 설정을 바꿔가면서 원인을 분석해 보았다. 그러다가 특정 상황에서 입력이 반응하지 않는 모습, 입력이 늦게 반영되는 모습 등의 보면서 '아, 다르구나. 비슷하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실기에서는 8번째 스테이지까지 진행되는데 에뮬레이터에서는 첫 번째 스테이지도 완료하기 힘든 현상이 이런 것을 증명해 준다고 생각했다.

자료를 찾아보니 많은 플레이어들이 '입력지연(input lag)'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에뮬레이터가 실기를 따라올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었다. 게임에서 버튼을 눌렀을 때 그것이 게임에 반영되는 시간이 지연(lag)되니 플레이어가 원활하지 않게 느낀다는 것이 요지였다. 아이폰 슬로모션 촬영을 활용해서, GPD XD Plus 상의 메가드라이브 에뮬레이터의 입력 반응과 Mega Sg(실기는 아니지만 SW 에뮬레이터에 비해 입력지연이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가드라이브 실기는 꺼내서 설치하기 어려워 선택했다)에서의 입력 반응을 비교해 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입력 지연 외에 게임 SW 자체의 처리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고 느겼다. 예를들어 게임기어 'Land of Illusion' 게임에서 미키마우스 캐릭터가 난간의 끝에 있을 때 팔로 허우적 거리는 애니메이션을 적용하는데, 그 상태에서 실기에서는 캐릭터 이동 입력이 쉽게 처리되는데 에뮬레이터에서는 짧은 시간 동안 입력이 안되는 상태가 되는 것 같았다.


< SW 에뮬레이션과 비교해 보면 하드웨어 구동 쪽에서 입력 반응이 빠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



(3) 경험 #3 - 일부 게임에서 차이를 못느꼈고 에뮬레이션의 장점도 알게 되다

그 후 에뮬레이터와 실기에서의 플레이 느낌이 많은 차이가 있다는 내용의 글도 작성하면서 슈퍼패미컴 클래식 미니나 메가드라이브 미니 같은 에뮬레이터 대신 실기 혹은 하드웨어 복각기를 구입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Mega Sg를 구매했다.

그런데 Raspberry Pi 기기에 Recalbox를 설치할 기회가 생겨 이것저것 해 보다가 생각이 나서 Mega Sg에서 플레이 했던 게임을 Recalbox에서 구동해 보았다. 물론 실기와 차이를 느낄 것이라는 예상을 하고 확인 차 돌려 본 것이다. 그런데 잠깐 플레이 하는 사이 이것이 실기인지 에뮬레이터인지 순간 잊어버릴 만큼 차이를 느끼지 못했다. 깜짝 놀랬다.

심지어 Mega Sg 보다 더 좋은 음색으로 BGM 연주까지 하고 있었다. 8Bitdo M30 컨트롤러를 사용하니 양쪽의 입력기기 차이도 없었다. Mega Sg 구매를 괜히 했나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 사용하고 있는 Raspberry Pi 3 B+의 성능이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 (이미지 출처: 라즈베리파이 홈페이지) >



(4) 현재까지의 생각

여러가지 복합적인 경험으로 결론을 내지는 못하겠다. 현재까지 생각한 단편적인 몇 가지는 다음과 같다.


가장 완벽함은 물론 제작자의 의도가 가장 잘 표현되는 것도 실기라고 생각한다. 연결된 디스플레이/스피커에 따라 약간 다르긴 하겠지만 콘솔 기기 자체가 동일하기에 동일한 처리 결과를 보여줄 것이기 때문이다. 그냥 구동되는 것을 넘어서 게임의 디테일이 잘 구현되는 실기는 그래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는 기본적으로 운영체제 위에서 구동된다. 그 운영체제는 에뮬레이션만 전적으로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입력, 비디오/사운드의 처리 등을 단독으로 처리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사용자가 에뮬레이터에 입력을 넣는 순간, 전화 수신을 처리할 수도 있고 와이파이 신호처리를 할 수도 있고 GPS 위치기반 알림을 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일반적인 리눅스 상이라고 해도 커널 영역 작업을 하면서 사용자의 입력이 잠시 지연 처리될 가능성은 있다. 따라서 소프트웨어 에뮬레이션은 언제나 지연될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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