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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기사분들과 소비자들이 피해자다" - 택배 과중 현상에 대한 개인적 생각 본문

잡담

"택배기사분들과 소비자들이 피해자다" - 택배 과중 현상에 대한 개인적 생각

wehong 2020. 11. 21. 01:54

어떤 분이 보낸 택배를 받기로 되어 있던 어느 날, 문자 하나가 날 놀라게 했다.



'아니, 택배 기사 분이 22~00시 까지 배송 하셔야 하다니!'. 물건을 빨리 받고 싶은 마음을 넘어 이것이 괜찮은 것인지 겁이 덜컥 났다.

그러다가 저녁 11시 30분에 다시 문자를 받았는데, 이게 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늦어서 죄송하다'는 표현을 사용하셨는데 과연 그 분의 문제인지 아니면 택배 배송의 구조적 문제인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최근 모 택배사에서 근무하시던 배송기사분이 과로로 운명을 달리하시는 일이 있어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었다. 정치권에서는 이를 개선하는 방향으로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했는데, 이것이 이 문제의 근본을 바꾸어 놓을 수 있을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런 이야기들이 오가는 것을 보면서, 많은 택배기사분들이 야간까지 작업을 하고 계신다는 것과 일명 '백마진'이라는 거래가 이루어 지고 있기도 하다는 것 등을 알게 되었다.


얼마 전 오픈 마켓에서 물건을 주문해서 택배로 받으려고 하는데, 판매 안내 내용에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보게 되었다. 추석이 이미 한참 지난 시점인데 '추석연휴'라는 용어가 사용된 것은 아마도 과거에 만든 안내 배너를 그대로 이용하느라 그런 것 같다.



저 초록색 칸에 들어가는 택배사는 누구나 예측하기 쉬운 바로 그 택배사인데, 의문은 왜 그쪽 택배사로 물건이 몰려서 그쪽의 업무를 과중시키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다.

택배 물량 폭주로 해당 택배사가 배송처리가 지연되면 소비자가 불만을 갖게 되어, 해당 택배사를 사용하는 판매점들이 판매 우위를 위해 좀 더 원활하게 택배 발송을 처리하는 택배사로 배송 업무를 넘기는 선순환이 왜 일어나지 않을까? 판매점 안내 문구에 있는 바 대로 우체국 택배 배송이 더 원활해 그 쪽이 더 소비자 만족을 준다면, 왜 이 곳은 우체국 택배나 그 수준으로 택배배송 업무를 처리하는 다른 배송업체를 찾지 않을까?

그리고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점은, 택배 물류 사정이 좋지 않으면 배송을 의탁한 물건 판매업자가 해법을 찾아야지 왜 소비자의 양해를 구할까 하는 점이다. 물론 위의 안내는 본인들도 우체국 택배라는 대안을 찾아 노력하고 있으니 소비자들도 조금 참아달라는 의미로 이해는 되지만, 하필 우체국 택배 마감 시간 이후에 어쩔 수 없이 발송하는 택배사도 바로 거기인가? 이 곳은 그나마 해결책을 마련하려고 분주한 듯 보이지만, 오픈 마켓의 다른 여러 판매점들은 다르게 택배사 사정으로 배송이 지연되고 있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위의 의문 중 '왜 판매점들이 특정 택배사만 고집하여 그쪽에 물량을 증폭시키고 있을까'에 대해, 물증은 없지만 강한 심증을 갖게 한 것이 바로 이른바 '백마진'이 거래 간 존재한다는 언론사의 보도였다. 만약 2,500원짜리 택배 배송을 시킬 때 판매자가 수수료로 700원 정도 커미션을 받게 된다면 판매자는 1,800원에 배송을 맏길 수 있는 것이고, 판매자는 소비자가 낸 배송료 2,500원에서 700원을 갖게 되는 셈이다. 판매점들은 그런 비용절감을 외면할 수 없을 것이며, 택배사들은 늘어난 거래량으로 커미션 비용을 회수할 것이다.


소비자가 '배송이 늦다'라는 의견을 줘도 판매점들은 '택배사에 물량이 폭주하고 있다'고 그 책임을 택배사로 넘기게 될 것이며, 어차피 소비자들은 배송에 대한 불만의 글을 보아도 '택배 배송의 원활함은 지역 별로 편차가 있다'라고 생각하여 판매점 선택에 이를 크게 고려하지 않을 것이다.


결국 해당 택배사에 소속된 택배기사는 늘어난 물량에 힘들어질 것이며, 택배를 받을 소비자는 자꾸만 지연되는 택배 배송에 대해 판매점이 아닌 택배사에 불만을 표현하게 될 것이다. 결국 이 순환 구조에서 패자는 택배기사와 소비자가 아닐까?


이 게임에서 소비자가 이기는 방법은 무엇일까? 소비자가 최종 제품을 받아볼 때 까지 모든 책임이 온라인 판매자에게 있다는 것을 소비자들이 현명하게 인식하고, 택배사를 선택하는 판매자가 이를 직접 개선하게 하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한다. 배송 지연이 단순히 택배사의 책임이 아니라 그런 택배사를 선택한 판매자에게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최근 이런 인식 전환이 조금씩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 배송방법을 세일즈 포인트로 제시하는 온라인 판매점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행스럽다고 생각하는데, 소비자가 이에 더욱 호응해 줘야 특정 택배사의 물량 쏠림이 해결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 업데이트 (20.11.22)


특정 택배사에 물량이 줄어들면, 건 당 수수료를 받는 배송기사님들이 그 만큼 적은 수입을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다.

지금 상당한 물량이 집중되어 있는 특정 택배사에 물량이 타 택배사로 유입된다면 각 택배사들이 좀 더 치열하게 경쟁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게 되면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특히 수임)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지 않을까?

현재 주요 특정 택배사에서 소속된 택배기사분은 그 택배사를 떠나게 되면 마이너 택배사로 옮길 수 밖에 없고 처우도 낮아지게 될 것이다. 그 소속 택배기사님들은 그것이 겁이 나 열악한 환경에서도 감내하실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각 택배사가 비슷한 수준으로 경쟁하는 구도가 된다면 택배기사님들은 이직에 좀 더 자유로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택배사 입장에서도 소속 택배기사에 대한 처우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물론 이것은 개인적 추측이므로 현실과 괴리가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본주의 내의 공정한 경쟁에서 좀 더 균형이 맞추어질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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