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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인간관계론'을 읽은 소감 본문
일반적인 사람들의 특성에 대해 그것을 이용해 자신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는 방법들을 열거하는 내용이다. 오래된 책이고 여러 사람들에게 잘 알려진 책인 만큼 내용이 새롭거나 놀랍지는 않았다. 읽은 번역서는 과거에 의역 수준으로 번역된 책이라고 들었다.
사실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소감은 이 책의 의도와 반대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내용과 같이 실천하면 원하는 상대방으로부터 원하는 바를 얻을 수는 있겠지만 반대로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 책에 나와 있는 바 대로 사람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자 하는 속성에 대응해 남의 이야기를 경청해 줌으로써 그 사람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이야기를 남이 잘 들어주었으면 하는 것은 이 책에서 언급한 바 대로 인간의 공통된 욕구에 가깝기 때문에 남의 이야기를 경청하는 것이 숙련된 사람은 자신의 표현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하여 욕구불만의 상태를 갖게 될 지도 모른다. 결국 다른 누군가에게 자신의 표현 욕구를 표출하여 다른 사람의 원하는 바를 제공해 주게 되거나 평생 자신 속에 이야기를 담아 놓는 속앓이를 해야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할 수 있는 이유는 나 자신이 그런 상태로 오랫동안 지내와서 그 부작용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논쟁을 삼가하고, 타인에 대한 비평을 감추고, 하고 싶은 말들을 참고 남의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하는 것에 익숙해져서, 어쩌면 타인의 호감이나 신뢰라는 결실을 얻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참고, 누르고, 감추고 하는 것들은 나의 내면을 병들게 했다는 생각도 든다. 불편한 것을 표현하고 내 생각을 남에게 전달하고 남에게 적극적으로 요구해 본 적이 없는 나는 많은 부분에서 수동적이고 방어적인 상태로 지내왔고 그 욕구불만을 결국 다른 것 또는 다른 사람에게서 풀려고 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 개인의 욕구를 무시한 채 이 책의 내용대로 실현하여 내가 원하는 바를 얻는다면, 이는 오로지 원하는 것을 얻는 것에만 집중하는 목적지향적 성과만이 될 수 있어 보인다. 내가 인내하고 양보하고 받아주는 것으로 관계를 만드는 것만이 능사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에 대한 고려가 적은 것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