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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터빌리티(Notability)' 앱(iOS/macOS)의 최근 구독제 변경 이슈에 대한 생각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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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터빌리티(Notability)' 앱(iOS/macOS)의 최근 구독제 변경 이슈에 대한 생각

wehong 2021. 11. 5. 17:20

iOS 및 macOS에서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는 'Notability(노터빌리티(혹자는 '노타빌리티'라고 한글표기하던데))' 앱이, 최근 앱의 판매 방식을 구독 형태로 변경한다고 해서 기존 사용자들 사이의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안다. 기존 구매자들은 처음에 한번 구매하면 향후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구매한 것인데 갑자기 특정 기능을 별도로 구매하거나 정기적으로 결재하는 형태로 바뀐다고 하니 화가 났을 법 하다. 제작사는 판매 형태 변경 발표 후 많은 피드백을 받았던 것인지 일단 기존 구매자의 불만을 잠재우기 울 방안을 찾고 있는 듯 하다.

 

 

사실 한 번의 가격 지불로 영구적으로 쓸 수 있도록 판매되던 어플리케이션 소프트웨어가 갑자기 정기적 구독 형태로 금액을 지불한 상태에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바뀐 사례는 'Notability'가 처음은 아니다. 다만 다른 어플리케이션들은 제품의 메이저 버전을 바꾸어 기존 스탠드얼론 형태의 버전 대신에 구독 형태의 신규 버전을 판매하는 정책을 취했다면, '노터빌리티'는 iOS/macOS 앱스토어에서 업데이트 시 사용하던 앱이 갑자기 기본 무료에 기능 구매와 구독 형식의 앱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iOS 일기장 어플리케이션인 'Day One' 앱은 어플리케이션을 실행 형태를 구독으로 바꾸면서 기존에 판매하던 앱은 'Day One Classic'이란 이름으로 바꾸어 새로운 기존 사용자만 사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비밀번호 관리 어플리케이션인 '1Password'는 버전 7 이상은 일반 사용자가 구독 이외에는 구매할 수 없도록 하고 버전 6까지는 비용을 지불한 기존 구매자가 사용할 수 있게 제공하고 있다. 그런데 'Notability' 앱은 사용자가 앱스토어에서 10.6에서 11.0으로 업그레이드 하는 순간 강제로 구독형 무료 소프트웨어가 되어 버린다. 별도의 소프트웨어를 여벌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기존에 설치한 앱을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야 기존 형태가 유지되는 것이다(iOS 기기를 새로 사서 앱스토어를 통해 이 앱을 다시 설치해야 한다면 이제는 10.6 버전의 전체 기능 버전을 설치할 방법이 없다).

 

사실 'Notability'의 고충이 예상은 된다. 제작사 'Ginger Labs'는 버전을 11 까지 업그레이드 해 오는 동안 기존 구매자에게 별도의 추가 금액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에 그동안 개발자원 유지에 어려움을 겪었을 지도 모른다. 비슷한 기능의 필기 메모 어플리케이션인 '굿노츠(GoodNotes)' 앱을 해 보면, 이 앱은 메이저 업그레이드 버전을 'GoodNotes 4', 'GoodNotes 5' 등의 별도 앱으로 출시해 기존 버전 사용자가 새 버전을 무료로 업데이트 할 수 없도록 해 왔다. 'GoodNotes 4'를 구매한 사용자들은 'GoodNotes 5'로 무료 업데이트 할 수 없으며 새 버전을 원할 때는 신규 버전 앱의 가격을 또 다시 지불해야 했다('GoodNotes'의 제작사에서 잠시동안 'GoodNotes 4' 사용자가 추가 요금을 지불하면 'GoodNotes 5'를 구매할 수 있도록 이벤트를 한 적은 있다). 반면 'Notability'는 그런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하나의 앱을 꾸준히 무료 형식으로 업데이트 해 왔다. 이로 인해 사용자들은 'Notability' 앱의 품질과 더불이 이런 정책에 만족해 왔는데, 정작 개발사는 'GoodNotes' 개발사 만큼의 수익창출 구조를 가지지 못했을 것이다. 더구나 이러한 구조에서는 iPad가 널리 보급되어 신규 사용자 유입이 거의 없는 수준이 된다고 가정했을 때 기대 수익의 거의 제로가 되는 형태가 된다.

 

이런 시장의 특성을 고려하여 앱(특히 iOS, macOS 앱) 개발사들이 수익을 더 가져살 수 있는 모델로 적극 도입하고 있는 것이 구독형 방식이다. 이 방식을 선호하는 사용자도 분명 있겠지만 많은 수의 사용자는 이 방식을 선호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되는데, 구독 형태로 바뀐 앱의 대체 앱을 문의하는 글들이나 이번 집단 반발 사건이 그 증거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어플리케이션 구독이 다수의 소비자를 만족시키지 못한다고 개인적으로 예측하는 이유는, 모든 앱의 사용이 앱의 비용을 지불하는 주기 만큼 정기적이기 않으므로 소비자가 그 비용을 아까워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매일 출근하는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PC의 OS와 오피스 프로그램은 그것을 향후 몇 년간 얼마의 정도로 사용할 것인지 가늠할 수 있다. 자신의 스마트폰에서 매일 켜서 사용하는 앱도 향후 얼마간 어느 정도의 수준으로 사용할지 예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텍스트편집, 이미지편집, 동영상제작, 데이터정리 등을 처리하는 특수 목적 어플리케이션들은 그것을 향후 얼마나 꾸준하게 사용할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물론 직업이나 취미로 꾸준히 하는 사용자는 사용 빈도와 기간이 예상되겠지만 일반 사용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만약 어떤 어플리케이션을 7~8월에만 집중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면 그 앱을 1년 구독할 수 있겠는가? 만약 이번에 어플리케이션으로 작업한 일이 다음에 또 언제 급하게 발생할지 모른다면, 그 어플리케이션을 상비해서 가지고 있고 싶을까 필요할 때 마다 매번 빌리고 싶을까?

개인적으로 Java를 사용할 일이 있어 IntelliJ Idea Ultimate를 1년 구독한 적이 있다. 그런데 1년 중 그것으로 개발한 기간은 1개월이 넘지 않는다. 월 단위로 구독하는 옵션이 있었다면 구매보다도 더 비용이 적었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구독을 결정한 당시에는 어느 정도 기간이 필요할지 알 수 없었고 월 단위 구독 옵션은 당시에 없었다. 1년이 지나고 다시 구독 선택을 해야 할 때, 향후 얼마나 쓸 지 알 수 없는 그 제품을 다시 구독하기에 아깝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다행히 IntelliJ Idea Ultimate 구독 종료 후에도 업그레이드 되지 않는 영구 라이센스 제품은 소유할 수 있기 때문에 이후 급박하게 사용이 필요할 때에는 새로 구독하기 보다는 그것을 사용했다.

 

그러면 개발자에게 적절한 비용이 약속되고 사용자도 어플리케이션을 안정적으로 소유할 수 있는 대안은 없을까? 개인적으로는 iOS/macOS 앱스토어 등의 앱 마켓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현재 iOS/macOS 앱스토어는 앱 업데이트에 대해서는 비용이 지불될 수 없고 하나의 앱은 최신 버전으로 유지되는 것이 지향된다. 만약 앱 개발자가 iOS/macOS 앱의 업데이트에 추가 요금을 부과할 수 있고 사용자가 이 업데이트의 설치 여부를 선택할 수 있으며 앱스토어가 앱의 버전 별 개별 관리를 지원한다면, 개발자는 업데이트 만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고 사용자는 자신이 소유한 앱의 수준을 선택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업데이트는 기능 개선에 국한하고 버그 패치나 보안 패치 등의 앱 수정은 요금이 부과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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