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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친코(Pachinko)'를 읽은 소감 본문
Apple TV+ '파친코' 시즌1을 보고 원작이 궁금해져서 (현재는 절판이 된) 국내 번역서를 읽어 보았다.
1. 소설에 대한 소감
(1) 소설에서의 '역사', 그리고 주제에 대해
소설의 첫 머리에 나오는 '역사가 우리를 망쳐놨지만 그래도 상관없다(History has failed us, but no matter)'라는 구절은 한국 독자가 이 소설을 잘못 이해할 가능성이 큰 요소라고 생각한다. 그 구절만 보면 한국의 독자들은 이 소설이 '여명의 눈동자' 처럼 일제시대부터 근현대 까지 격동의 우리 역사 흐름 속에 휘말리는 인물들을 그린 소설이라고 생각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이 소설은 그런 내용은 아니다. 우리나라 독자들이 '역사'를 일본이 우리민족을 탄압하고 세계전쟁을 일으킨 과정과 사건으로 생각하기 쉬운 반면, 이 소설에서의 '역사'는 선자와 가족이 겪게 되는 '개인적' 상황들에 가깝다. 일제의 강압과 수탈의 상황은 오히려 드라마에서 부각되어 표현되어 있는데, 소설에서는 직접적인 에피소드로 표현되는 그런 내용이 별로 없다.
그리고 소설의 중심 내용은 선자와 가족이 역사에 의해 고난을 겪은 내용이라기 보다는, 일본으로 이주한 그들이 일본에서 '외부인'으로서 겪게 되는 갈등에 더 맞춰져 있다고 보인다. 심지어 그들이 전쟁 전후로 겪는 역사적 고통은 사실 한수라는 인물에 의해 많이 피해가게 된 면도 있다. 그래서 소설에서는 역사적 사건에 의한 고난 보다는 일본인들에 의해 당시 조선인들이 멸시 당하고 천대 받은 사회적 분위기 부분이 더 강조되었다고 생각한다.
그렇기에 소설에서의 주제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서 묘사된 바와 같이, 노아, 모자수, 솔로몬의 벗어날 수 없는 운명이 아닐까 싶다. 일류 대학을 다니는 엘리트가 되어도, 돈을 많이 벌어 부유해 져도, 미국에서 공부를 하고 외국계 기업을 다녀도, 결국 일본에서 이들은 파친코로 상징되는 '자이니치'라는 굴래를 벗어나기 어려웠던 것을 저자가 말하려는 것 같다. 저자도 한국에서 태어났다가 미국으로 건너간 한국계 미국인이니, 그녀는 이점에 집중했을 것이다.
(2) 번역
영어로 된 원작 소설을 잠깐 보았는데 번역의 품질 대해 개인적으로 불만은 없다. 선자나 몇몇 사람들의 대화가 사투리로 번역된 것도 좋았고, 한국어 흐름이 자연스러운 점도 좋았다.
일부 영어 특유의 표현이 도드라지는 부분은 아쉽지만, 번역에서 이것을 자연스럽게 하는 것은 원작을 손상하는 것이기도 하므로 그렇게 되어 있는 것이 이해가 된다.
(3) 스토리의 분배
선자가 오사카로 건너 가 정착하는 전반부의 내용은 세세하고 밀도있게 서술되지만, 후반부로 갈 수록 시간이 파트 별로 시간의 도약이 커지고 다루는 인물이 많아져 다소 산만해 지는 점은 아쉽다. 후반부에서 선자, 노아, 모자수, 솔로몬의 이야기를 모두 하기에 바쁘게 느껴졌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키와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나 선자가 고한수의 하인과의 만나는 이야기 등, '왜 작가가 이 이야기를 하는지' 의도를 알기 힘든 내용도 있었다.
4대(代)에 걸친 가족의 이야기라고 하지만 소설의 첫 부분에서 훈이 모친에 대한 묘사가 등장하므로 5대라고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훈이의 선자에 대한 특별한 애정은 드라마 만큼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을 뿐 아니라 훈이에 대한 이야기 분량이 크지 않다.
2. TV쇼(드라마)와 비교했을 때의 소감
이전에 소설을 보지 않고 드라마 시즌1을 본 소감을 적었을 때에는, 드라마가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다루는 줄 알았다. 소설과 달리 영화 '대부 2' 처럼 과거와 현재(1989년)의 이야기가 교차되는 구성을 지녔고 고한수의 과거 이야기를 다룬 7편이 드라마의 오리지널 스토리이지만, 설정과 주요 스토리는 동일할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소설을 다 보고 드라마 시즌1을 복기해 보니, 드라마의 내용이 소설과 상이한 점이 많고 다음 시즌에서는 소설과 더 달라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1) 소설이 나은 점
이삭이 임신한 선자와 혼인하기로 결심하는 부분이 드라마에서는 깊게 그려지지는 않았다. 드라마만 보면 이삭의 선택은, 자신의 생명을 살려준 고마움과 선자의 처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 때문으로 볼 수 있다. 소설에서는 이 부분이 비교적 자세하게 서술되어 있다. 결혼이 어려울 것 같았던 이삭의 건강 상태, 공부한 성경 구절을 통해 선자와의 결혼을 소명 처럼 받아들인 이삭의 신앙심 등이 감사와 연민의 감정과 더해 져 그의 결정을 더욱 설득력 있게 만들었다.
(2) 드라마가 나은 점
일제시대의 우리민족의 답답함, 절박함 등이 더 자세히 묘사되어 있다. 소설에서는 일본의 억압과 수탈로 조선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상황이 간접적으로 묘사되지만, 드라마에서는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되어 있고 분량도 적지 않다. 일본 순사에 대해 말 한마디 잘못해서 잡혀가고, 일터에서 사람 답게 대접 받지 못 해 집에 돌아와 술과 폭행으로 울분을 토하며, 가수임에도 일본인들에게 노리개 처럼 취급당하는 조선인의 모습 등은 소설에서 등장하지 않은 드라마의 표현들이다. 선자의 결혼에 양진이 쌀을 사는 장면에서도, 소설에서는 쌀집 사장의 사정에 의해 웃돈을 주고 사는 모습이 그려지지만 드라마에서는 일제 정책에 의해 조선인들은 돈을 주고도 마음대로 쌀을 살 수 없던 1930년대 모습이 그려진다.
드라마의 스토리가 선자를 좀 더 능동적으로 그리는 점도 더 적절한 설정 같다. 선자는 힘든 시기를 거쳐온 인물이지만 소설에서는 매우 수동적이고 내향적인데, 드라마에서는 선자는 아들과 손자에게 강하게 주장하기도 하고 호텔에서도 직접 음식을 만들어 챙기기도 하며 자신의 과거 모습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살고자 하는 인물이다. 어려운 시기를 이긴 분들을 보면 선자가 드라마에서의 모습에 더 가까운 인물일 수 있겠다 싶다.
(3) 주요 인물 및 설정의 차이
드라마 에피소드 5를 보면 요시와라에서 솔로몬은 하루키라는 인물을 만난다. 이후 에피소드에서 전혀 관련 이야기가 나오지 않기 때문에 그가 어떤 인물인지 시즌1에서 알 수 없는데, 소설에서 그는 경찰이고 그곳에서 살지 않으며 모자수와 친구이고 어떤 수사를 계기로 자이니치의 아픔을 공감하게 된다.
드라마 첫 화부터 출연한 요시이 마모루는 솔로몬의 가족과 무슨 연관이 있어 보였는데 소설을 보기 전 까지는 그가 노아와 관련 있는 인물인 줄 알았다. 하지만 소설에서는 그와 같은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솔로몬의 직장 상사로 백인인 톰 엔드류슨이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미국에서 공부한 일본인 가즈가 솔로몬의 상사로 나오며 일본인이 자이니치인 솔로몬을 이용 또는 방관한 것 처럼 나온다.
드라마에서 요셉은 선자를 오사카에서 처음 본 것으로 되어 있고 처음에 선자를 탐탁치 않게 보지만, 소설에서 요셉은 훈이와 양진의 하숙집에서 기거한 적이 있어 선자 식구들 모두를 본 적이 있으며 임신한 선자와의 결혼에 대해 이삭의 의견을 존중한다. 그리고 소설에서의 요셉은 처음부터 비스킷 공장에서 일한다.
드라마에서 이삭은 공산주의자들과 뜻을 같이하다가 경찰에 잡혀간 것으로 묘사되지만, 소설에서는 신사 참배를 거부한 인물인 후와 함께 잡혀가는 것으로 묘사된다.
드라마에서 솔로몬은 집 주인 할머니에게 집을 팔지 말라고 해서 은행에서 해고되지만, 소설에서 솔로몬은 집을 판 노인이 얼마 후 사망하게 되자 회사 주주들의 염려를 빌미로 직장에서 해고된다.
드라마에서는 경희가 죽고 이를 계기로 선자가 고향을 방문하지만, 소설에서는 경희의 죽음은 나오지 않고 선자가 고향을 방문하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는다.
드라마에서 에츠코의 딸인 하나의 마지막이 표현되고 그녀는 솔로몬에게 솔로몬 자신에 대한 복수를 부탁하지만, 소설에서는 하나의 마지막이 표현되지 않고 미국에서의 솔로몬의 연인 피비가 등장한다.
(4) 소설을 본 후 드라마의 향후 방향 예상
솔로몬은 소설의 결말 처럼 파친코 사업을 하는 것으로 결말이 날 것 같은데 그 사이 요시이 마모루를 통해 무언가 각성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솔로몬에게 선자가 한수의 시계를 주는 것으로 보아, 소설에는 없지만 한수가 선자에게 다시 시계를 주는 내용이 예상된다. 더불어 솔로몬에게 한수의 시계가 주어진 것을 보면, 요시이 마모루가 한수와 어떤 관계에 있을 가능성이 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