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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T/브라운관 및 LCD 디스플레이에 대한 개인적 히스토리 본문
어렸을 적 집에서 시청했던 TV는 물론이고, 어릴적 갖고 있던 8비트/16비트 컴퓨터들의 디스플레이도 모두 CRT(Cathode-Ray Tube) 디스플레이였다. 1990년대 말 그 이전에는 대부분의 TV, 모니터가 대부분 CRT 방식이었고, 2000년도가 되면서 TV에는 PDP 패널 등의 차세대 디스플레이가 적용되었고 PC용 모니터로 LCD 패널 도입이 시작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창시절 PC를 사용할 때 당연히 CRT 디스플레이를 모니터로 사용했지만 항상 불만이 있었다. 일단 모니터가 너무 무거웠는데, 17인치나 19인치 모니터를 사용하던 때에 PC를 옮기려면 PC 본체 보다 모니터를 옮기는 것이 더 힘들 정도였다. 또한 전자파라는 것 때문인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모니터를 장시간 마주하고 있으면 두통이 생겼으며, 모니터 디가우징(degaussing)을 하면 온 몸이 불쾌했다. 후면의 열기도 마뜩잖았다.
그러다가 군대를 제대하고 학교에 복학하던 90년대 말 즈음 어떤 기술 전시회를 참석할 기회가 있었는데, 거기서 LCD 모니터를 실제로 보고 신선한 충격을 느꼈다. 당시 전시회의 홍보 담당자가 소개한 바에 따르면, LCD 모니터는 무게도 가볍고 부피도 작으며 전기도 적게 먹고 전자파 방출이 적다는 것이다. 아마 그때부터 얼른 소비자 시장에 CRT 모니터 대신 LCD 모니터가 대세가 되길 바랬으며, CRT 디스플레이 모니터가 더 불편하게 느껴졌다.
이후 대학을 졸업하고 취직한 곳은 공교롭게도 TV를 제조하는 전자회사였다. 거기서는 CRT 기반 구형 TV가 아니라 LCD/DLP 프로젝션, PDP 기반 TV를 제작했었다. 당시 어떤 사내 회의에서 타 부서 담당자들이 LCD 패널로 TV를 만드는 것에 대한 기술적 가능성을 토론하던 것을 본 기억이 또렸하다. 그 당시 LCD 모듈은 컬러 품질이나 백라이트 수명 등으로 인해 TV에 적용되기 전이었는데, 차세대 PDP 모듈은 당시 냉장고에 육박하는 전력소모량을 가지고 있어서 대체제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얼마 후 퇴사했지만 그 이후 정말로 TV는 LCD 패널이 대세가 되었고 그 상황은 PC 모니터도 마찬가지였다. 프로젝션TV 같은 것들은 완전히 사라져 버렸고 PDP 모듈은 새로운 기술적 도약을 필요로 했다. CRT 디스플레이들도 천덕꾸러기가 되어 많은 물량이 고물상에 버려졌는데 특히 디지털 TV 시작으로 더 그렇게 된 듯 싶다.
개인적으로도 PC에서 LCD 모니터를 사용하게 되었는데, 이상하게도 2000년도 중반 두 번째 직장에 다닐 때 TV는 모두 CRT 제품을 사용했다. 디지털 TV가 표준이 되었지만 공청안테나 케이블이나 셋탑박스를 연결하면 방송을 볼 수 있었다. 첫번째 직장에서 테스트를 위해 HD 화질 TV 영상을 많이 봐서 그랬는지 고화질 TV 방송 시청은 그렇게 희망하지는 않았었다. 그 당시 대학원 시절 선배에게 구입한 PS2를 CRT TV에서 구동했었다.
그 후 LED 백라이트, TN/IPS 패널 등의 기술적 발전에 의해 LCD 모니터는 더욱 발전했고, 밝고 선명한 새로운 LCD 디스플레이에 현혹되어 CRT 디스플레이에는 관심이 멀어졌다. 집에 있던 CRT TV가 사라져도 심드렁 했으며, 두번째 직장의 창고에 굴러다니던 소형 CRT TV 세트를 보고서는 오래된 것이 사용처가 없어 처박혀 있구나 하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결혼 후 집에는 40인치 LED TV를 두었고 사용하던 PC 모니터는 모두 IPS 패널 제품이었으며, 예전에 사용하던 CRT TV 및 모니터는 팔거나 버리거나 창고에 넣어 버렸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중년이 되었고 어쩌다가(?) 과거 레트로 컴퓨터와 레트로 게임 콘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레트로 기기를 다시 사용하는 맛은 쏠쏠했으나, 과거 기기를 요즘 시대 디스플레이에 연결해서 사용하기에는 불편함도 있고 아쉬운 점도 있었다. 레트로 기기들을 가장 잘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는 그 당시 디스플레이였던 CRT 디스플레이를 사용하는 것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디스플레이 선호도가 LCD 디스플레이에서 거꾸로 CRT 디스플레이 쪽을 향하게 되었다. 업스케일러 등 여러가지 변환기를 현대의 LCD 디스플레이에 붙여 사용하는 것은 번거롭기도 하지만 화면 출력 결과가 CRT 수준에 이르지도 못하게 느껴졌다. CRT의 빠른 화면 갱신과 밝은 색체에 못 미치는 LCD 디스플레이가 이제는 아쉽게 생각되었다. 스캔라인이나 필터를 통해 현대의 LCD 디스플레이에서 CRT의 모습을 흉내내는 것이 부질없게 보이기도 했다.
얼마 전 본가를 방문하여 예전엔 전자파 느낌 때문에 다시 보고 싶지 않았던 모니터를 이제는 어떻게 살릴 수 있을까 궁리했다. 소형이지만 CRT 방송용 모니터도 구매했다. 재활용 분리수거함이나 벼룩시장 등에서 혹시 구형 CRT TV가 없나 하고 둘러 보기도 한다. 과거 직장 창고에서 봤던 굴러다니던 소형 CRT TV도 버릴 때 가져왔으면 생각도 들었다. 자금만 모으면 방송용 모니터 같은 좋은 CRT 제품을 사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한 때는 싫어 했던 기술의 기기가 이제는 못 구해서 아쉬운 재미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