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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프로젝트, 'MSX를 책상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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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프로젝트, 'MSX를 책상에...'

wehong 2023. 11. 4. 18:29

1. 동기

 

가지고 있는 MSX 기기들은 부피가 제법 되기 때문에 책상이 아닌 별도 공간의 바닥에 두고 잠깐씩 사용하고 있었다. 최근 몇몇 MSX 관련 작업을 바닥에 쪼그려 앉아 했는데, 그로 인한 것인지 허리가 심하게 아팠던 경험을 했다. 그 때 문득 어떤 생각이 들었다.

"작고 심플한 MSX 기기가 있다면 책상에 놓고 사용하면 좋을텐데..."

책상의 빈 공간이 좁아서 X-II는 물론이고 FS-A1WSX 조차도 놓기 어려워서 바닥에 놓고 사용했는데, 더 작은 공간에서 MSX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있다면 쪼그리고 앉느라 허리가 아픈 일이 줄어들 것 같았다.

그래서 'MSX를 책상에...'라는 테마로 여러가지를 조사하고 실행해 보는 개인적인 프로젝트를 실행해 보았다.

이렇게 풀 세트를 책상에 놓고 사용하 수 있으면 좋겠는데...

 

 

2. 목표

 

'MSX를 책상에...'에서 목표한 것은, 원할 때 간편하게 MSX 소프트웨어를 구동하고 필요 없을 때 깔끔하게 치울 수 있는 것이다. 책상의 빈 공간은 다른 용도로도 사용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전용의 공간을 차치하고 싶지는 않았다. 장비가 공간을 가득 채우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았고, 장비를 치우는데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환경도 원치 않았다.

아울러 디스플레이와 기기 및 입력장치가 온전하게 갖춰지기를 바랬다. 책상 외 다른 곳에 있는 디스플레이를 봐야 한다거나 입력장치를 별도로 어렵게 설치하지 않았으면 했다.

여러 용도로 사용하고 있는 책상 위 공간

 

 

3. 살펴본 대안들

 

(1) IQ 3000 큐티

이 기기는 꽤 오래전에 구입했던 것으로, OCM(One Chip MSX)의 클론(OCMC)라고 할 수 있겠다. 책상에 올려놓고 쓰는 MSX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방법이었다.

IQ 2000의 외형을 모델로 한 OCMC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일단 본체의 부피가 작기 때문에 책상에 놓고 사용하기 좋았고, 기본적으로 키보드가 붙어 있는 기기라 별도 키보드 부착을 고려하지 않아도 되었다. 더구나 FPGA를 기반으로 원칩에 가까운 구조로 제작되었기 때문에, 오래된 실기 제품들보다 손보거나 정비할 일이 매우 적다는 장점도 있다.

커넥터들이 추가되면 또 달라지겠지만 일단 본체만의 부피가 작다는 점은 장점이다

슬롯이 포함되어 있어 실기 처럼 MSX 카트리지를 직접 꽂아 실행할 수도 있기 때문에 실기 같은 느낌을 가질 수 있었고, 측면에 삽입되는 SD카드를 대용량 스토리지로 사용해 각종 이미지 파일을 로드하거나 대용량 파일을 실행할 수도 있었다.

복각 Aleste 카트리지에 포함되어 있는 자낙 EX 구동

하지만 제일 먼저 키보드가가 발목을 잡았다. 작은 미니 사이즈 키보드는 키를 편하게 누리기 힘들게 했는데, 특히 게임에서 많이 사용되는 방향키가 작고 불편해서 조작하기 힘들었다. 또한 내장된 키보드는 키 동시 입력 개수에 제한이 있어서 여러 개의 키 조합을 입력하기 어렵게 했는데, 방향키 두 개와 스페이스 바 키 및 다른 키 등의 조합이 안되어 게임에서 불편한 경우가 다수 있었다.

오른쪽 하단 방향키가 너무 작고, 동시 입력되는 키의 개수가 제한되어 있다

키보드 보다 더 성가신 것은 디스플레이 연결이었다. AV 컴포지트나 S-비디오 영상은 이 기기에서 제법 괜찮게 출력되지만 사용하고 있는 디스플레이 장치에 연결하기 어려웠고, 15kHz RGB 출력은 OSSC 등 컨버터 장비를 부가적으로 필요로 했다. 31kHz RGB 출력은 D-Sub VGA 케이블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모니터에 출력해 봤으나. 밝기가 약하고 노이즈도 심했으며 16:9 모니터에서 4:3 출력이 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하기 어려웠다.

 

(2) MiSTer에서 MSX 관련 코어 사용

IQ 3000 큐티에서 키보드와 디스플레이 연결에 불편함을 느끼면서, 이럴 바에는 차라리 MiSTer의 MSX 코어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MiSTer 기기는 책상의 모니터 앞에서 계속 사용하고 있었고, MiSTer의 MSX 관련 코어들은 FPGA로의 또 다른 하드웨어 구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MiSTer 기기는 모니터 아래에 배치해 놓고 자주 사용하고 있다

MiSTer에서 MSX 코어를 사용하면 IQ 3000 큐티에서 SD카드를 쓰는 것 처럼 사용할 수 있는데, 파일의 추가 및 삭제가 그것에 비해 더 불편함은 있다. 대신 MSX1(MSX2test브렌치) 코어를 사용하면서 더 편하게 파일을 다룰 수 있었고, 마치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듯한 놀라운 범용성을 경험할 수 있었다.

MSX1(MSX2test브렌치) 코어의 가능성은 놀랍다

디스플레이 출력의 경우 IQ 3000 큐티 보다 훨씬 편하고 월등히 나은 품질을 가질 수 있다. 일단 MiSTer가 HDMI 출력을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요즘의 디스플레이에는 컨버터 없이 연결 가능하며, 각종 화면 필터가 제공되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는 화면 출력 효과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깔끔하게 출력되며 여러 화면 효과를 적용시킬 수 있다

하지만 키보드와 컨트롤러 연결은 USB 인터페이스를 사용해야 해서 찜찜한 면이 있다.

우선 키보드의 경우, 이전에 주로 사용하던 Dareu EK807G 키보드에서 동시 입력 개수에 제한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바로 Filco Majestouchh FKBN87MC로 바꿨다가 이후 좀 더 조용한 COX CK01 TKL 적축으로 변경했다. 다행히 다중 키 입력이 가능해 졌지만 실기에 비해 또 어떤 제약이 있을지 아직은 모르겠다.

컨트롤러도 USB 인터페이스의 제품을 사용해야 하는데, 연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FS-JS222 처럼 슬라이더 방식으로 연사 속도를 조정할 수 없음은 물론, 전기적 신호 전달 방식인 오리지널에 비해 또 어떤 제약이 있을지 마찬가지로 알 수 없다.

무한 동시 입력이라고 주장하는 키보드를 사용하니 편하기는 한데 USB 방식으로 입력 기기를 연결하는 것은 조금 아쉽다

MiSTer에서 사용할 수 있는 MSX 관련 코어는 두 가지가 있다. 오래 전 부터 존재하던 MSX 코어의 경우 OCMC의 컨버전이라고 할 수 있지만 카트리지 슬롯이 없는 OCMC이기에 'Sofarun'이나 롬 로더(ROM loader)를 통해 소프트웨어를 구동할 수 밖에 없다. 최근에 개발된 또 다른 코어인 MSX1(MSX2test브렌치) 코어는 마찬가지로 슬롯을 사용할 수 없지만 blueMSX 같은 소프트웨어 에뮬레이터들 처럼 유연하기는 한데, 오히려 이점 때문에 하드웨어 재구현에 얼마나 충실하게 구성되어 있는지 조금 의심이 든다.

이 환경을 이래저래 사용할 수는 있겠는데, 마음의 또 다른 한 켠에서는 실기에 대한 생각도 스멀스멀 올라오고 있었다.

 

(3) FS-A1 mk II

MSX 실기로 대우 X-II CPC-400파나소닉 FS-A1WSX를 보유하고 있지만, 두 기기 각각의 문제점들을 차치하고서라도 부피가 너무 커서 내 책상에서 사용하기 거의 불가능 하다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사양이 조금 낮더라도 좀 더 작은 기기를 사용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크기가 비교적 작은 FS-1A mk II 중고품을 구매해 보았다.

다행히 책상의 빈 공간에 올려 놓을 수준의 크기이다

확실히 보유하고 있는 다른 MSX 실기에 비해 공간을 차지하는 부피가 작으면서도 게임을 실행해 보면 실기 특유의 쾌적함을 느낄 수 있었다. CRT 디스플레이를 사용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확실히 MSX 기기를 사용한다는 느낌이 있었고, MSX에 추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 느낌을 선호할 것 같다.

그냥 실기를 쓰는 거다!
MMC/SD v4를 함께 사용하면 여러가지가 보완된다 (漢字 롬이라든가...)

문제는, 실기는 대부분 오래 되었기 때문에 크고 작은 문제점들이 있을 수 있고 향후에도 관리 및 정비가 필요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구매한 기기도 현재 몇 가지 문제(왼쪽 SHIFT 키가 잘 안 눌림, 전원 불안정 등)가 있는데(기기를 분해해서 살펴보는 것도 이제는 좀 귀찮다), 향후에 또 어떤 증상이 추가로 발생할 지 알 수 없다.

또 다른 불편한 점은, AV 컴포지트 신호나 RGB 신호를 바로 받을 수 있는 디스플레이를 사용하고 있지 않다면 별도의 영상 컨버터가 필요하다는 점이었다. LCD 모니터로 HDMI 영상 전송을 위해 OSSC를 사용하다 보니, 전원도 하나가 더 필요하고 여러 케이블(SCART, HDMI, 전원선)도 필요한데 지저분하게 보이기도 한다. IQ 3000 큐티를 사용할 때에도 영상 컨버터는 필요했지만 실기는 그것보다 크기가 크기 때문에 공간적인 면에서 좀 더 압박이 되었다.

OSSC를 포함해서 각종 케이블과 덮개 및 휴지 등이 책상에 뒹구니 정신이 없기도 하다

크기가 작아서 구매한 이 제품은 MSX-MUSIC이 지원되지 않는 MSX2 규격 기기인데, 이것은 FM-BAC 같은 카트리지를 별도로 꽂아 극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상단의 슬롯에 메인 카트리지를 장착하고 후면에 추가로 카트리지를 장착하면 뒷쪽으로 길이가 길어져서 차지하는 공간이 꽤 커진다는 단점이 있었다. FM 사운드 기능을 본체에 내장하거나 혹은 후면 슬롯을 세워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컨버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옆에 케이블도 꽂고 근처에 OSSC도 둔다면 생각보다는 공간을 많이 차지하게 되는 것 같다.

후면에 전원이나 비디오 케이블이 연결되기는 할 것이지만 후면 카트리지 장착 시 후면으로 길이가 많이 늘어난다

더불어, 이상하게도 이 기기에서 MMC/SD v4의 Game Runner II 동작에 문제가 있었다. 몇몇의 경우는 잘 되기도 하다가 안되기도 하는 등 오락가락 하고, 어떤 경우는 완전히 실행되지 않으며, 또 다른 경우는 실행 중 멈추었다.

 

 

4. 개인적 판단 및 계획

 

우선 IQ 3000 큐티를 제외하고, MiSTer를 사용하는 것과 FS-A1 mk II를 사용하는 것을 좀 더 살펴보려 한다. 원래 생각했던 목표에는 MiSTer를 사용하는 것이 더 부합하는데 실기라는 느낌이 부족하며, FS-A1 mk II 쪽이 실기를 사용하는 만족감을 주지만 보유하고 있는 다른 MSX 기기들 처럼 결함이 많다. 일단 번갈아 가면서 사용해 보면서 방향을 생각해 봐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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