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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 30주년 디럭스 에디션 소감 본문
'V for Vendetta'의 30주년 디럭스 에디션을 보았다.
DC코믹스(버티고)의 발간물인데 이 그래픽 노블은 문학성을 가진 창작물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완성도를 가졌다고 생각이 되었다. 스토리 전체에는 은유와 풍자가 녹아 있고, 작화는 강렬하고 유려하여 인상적이며, 컷 안의 대사는 허튼 것이 없어 보이고, 컷 씬들의 배치도 마치 영화의 장면들 처럼 세련되게 구성되어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으로 본 부분은 책의 안쪽 표지에 적힌 '서문' 글과 '브이'가 '올드 베일리'를 폭파하기 전에 독백하는 장면이었다. 서문의 경우 사회에 무심한 대중들에 대한 애처로운 관조로 보였고, '올드 베일리'와의 가상 대화 장면은 사회 정의라고 포장된 전체주의적 통제에 배신 당하고 아나키스트로 돌아선 '브이'의 마음이 잘 드러난 장면으로 보였다.
이 그래픽 노블은 파시즘이 지배하는 영국이라는 설정을 통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전체주의적 통치를 비판하고 있다. 소설 '1984'나 '우리들'과 비슷한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 '1984'의 윈스턴과 '우리들'의 D-503의 항거가 결국 실패했다면 이 코믹스의 '브이'는 체제를 전복하면서 복수하고 자신의 의지를 전승하는데 까지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코믹스가 비판하고 있는 또 다른 측면은 언론인, 종교인, 의사 등 사회 상류층의 위선과 부조리, 그리고 사회 고위계층의 더러운 권력 투쟁이다. 정상적인 척 하지만 결국 전체주의 시스템 뒷편에 감춰진 이들의 추악한 본성은 결국 이들의 피해자나 자신들 스스로에 의해 붕괴되는 모습이 그려진다.
과거에 이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내용 중 반전에 해당하는 '이비'의 감금 결과에 대해 미리 알고 있어서 아쉽기도 했다. 결말은 서로 달라 보이는데, 영화의 결말은 민중들이 각성하여 함께 저항하기로 선택하는 단순명료한 엔딩임에 비해, 원작의 결말은 새로운 질서가 생기기 전에 붕괴되어 있는 무정부상태를 보여주고 희망의 단초를 제시하는 것으로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1984', '멋진 신세계', '우리들' 등의 소설만큼이나 강렬하게 느꼈고 흥미롭게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