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st a Blog

[Apple II 게임] 'Times of Lore' 게임에 대한 소감 본문

Game

[Apple II 게임] 'Times of Lore' 게임에 대한 소감

wehong 2024. 1. 16. 20:43

'Times of Lore'는 1988년에 Origin에서 제작된 액션 롤플레잉 게임이다. 이후 '윙코맨더' 시리즈로 유명해지는 Chris Robert가 초기 개념을 제공한 것으로 게임 내에서 표시되는데, 그가 이 게임의 디자인과 디렉팅을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Chris Robert는 이 게임의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거의 동일한 형태로 사용해 이후 'Bad Blood'(잡지 '마이컴'에서는 '증오'로 소개됨)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 게임은 여러 플랫폼에 이식되었는데, Apple II, Commodore 64 같은 8비트 컴퓨터는 물론이고 IBM-PC, Amiga 같은 16비트 컴퓨터와 게임 콘솔인 NES에도 이식이 되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대부분 Apple II 버전을 플레이 했을 것 같은데 나 역시 그렇다.

게임의 타이틀 화면

 

이 게임을 개인적으로 처음 접한 것은 1989년일 것 같은데, '컴퓨터학습' 잡지에 1989년 3월호에 처음으로 기사가 나오고 4월호 '게임리뷰'에 등장하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것을 보고 당시 소프트웨어 하우스에 가서 복사 구매를 했었을 것 같다. 이전에 소개한 89년 5월호의 게임 순위에는 2위로 나온다.

'컴퓨터학습' 잡지의 1989년 4월호 게임리뷰에서 소개

 

월잡지 컴퓨터학습 89년 5월호

오랜만에 본가에 방문했는데, 예전 보던 '컴퓨터학습'이 있어 89년 5월호 사진을 몇 장 찍었다. 내부 광고지에는 8비트 컴퓨터와 16비트 컴퓨터의 가격이 있어서 잠깐 비교해 봤다. 8비트 MSX 컴퓨

wehong.tistory.com

 

이 게임은 개인적으로 기억이 많이 나는 Apple II 게임이다. 이유는 몇 가지 있지만 대표적인 것 두 가지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Apple II의 황혼기 초반에 만들어 게임으로서 그래픽이나 사용자 인터페이스가 Apple II 게임 중에서는 화려한 편이다. 당시 '컴퓨터학습' 잡지에는 'MSX의 YS를 보는 듯'이라는 표현까지 사용했지만 사실 그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고, 대신 Apple II 게임 중 특히 Apple II+ 지원 게임에서는 손에 꼽을 만한 그래픽을 보여 준다고 생각한다.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 스토리 설명과 함께 보여지는 그래픽은 당시 Apple II의 그래픽 치고는 매우 사실적이고,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직관적으로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만들어진 아이콘들은 마치 그 이후 세대의 GUI 인터페이스를 보는 듯 하다. 게임에서 지형을 걸어 다닐 때 인도(人道), 숲길, 건물 경계 등이 분리되는 것을 보면 단순히 그래픽 타일만을 변경시킨 것이 아닌 것 같은 착각이 들기도 한다.

처음 시작 시 스토리 소개 화면
Knight를 캐릭터로 선택했을 때의 화면
게임 처음 시작 시 모습
돌이 깔린 길, 흑으로 된 길, 풀이 난 길이 구분되어 보인다

이런 그래픽은 개인적으로 Apple II 게임만의 특징이 아닌가 생각하는데, Commodre 64, Amiga 혹은 EGA 그래픽의 PC 등 더 높은 성능의 환경에서 그래픽 디테일은 높아지지만 Apple II 그래픽의 이런 감성을 느끼기는 힘들었다. 비유를 하자면, Amiga나 PC 쪽이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로 예쁘장하게 그림을 그린 것이라 볼 때 Apple II 쪽은 거친 목탄만을 사용해 사실적으로 그리려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Amiga 버전의 모습
PC(DOS) 버전의 모습

 

둘째, 이 게임이 액션 롤플레잉 게임(ARPG)이고 게임 내 지역이 방대하지 않기 때문에, 게임 초보자나 어린 플레이어도 당시 Apple II 기기에서 비교적 진행을 할 수 있는 있는 RPG였다. Apple II에는 Ultima, Wizardry, Might & Magic 등의 여러 유명 RPG들이 있었지만, 영어를 잘 하지 못하거나 게임에 깊게 몰입하지 못하는 초보자는 그런 게임에 쉽게 다가설 수 없었다. 당시 대학생 정도 되면 모르겠지만 당시의 초중고 학생들이 Ultima IV, V 같은 게임을 잘 이해하고 몰입하기는 굉장히 어려웠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도 그런 유명 RPG 게임들이 멋지게 대단하게 보이기는 했지만 그것을 온전히 즐겼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하지만 이 게임은 그래픽 이미지만으로도 진행이 어떻게 되고 있는지 이해가 할 수 있고, 공략 같은 것을 본다면 액션 조작만으로도 어느 정도 진행할 수 있었던 게임이었다. 당시 일본의 ARPG 만큼 쾌적하지는 않아도 그런대로 게임 상황이 직관적으로 이해가 되었고, 게임 내 대화도 키워드 입력 방식으로 기존의 Apple II RPG들보다 간단했다.

게임 무대의 넓이도 크지 않아서 퀘스트 지역을 오가는 것도 크게 부담이 없었다. 심지어 어린 시절에도 어느 지역에 가서 'Magic Axe'를 찾아 그 무기로 플레이 한 기억이 있는데, 당시 플레이 했던 RPG 중에 그 정도까지 진행했던 게임은 거의 없었던 것 같다.

메뉴 형식을 통해 대화 가능
RPG 치고는 그리 넓지 않은 게임 지역 (이미지 출처: Abandonwaredos.com)

 

다만 이 게임의 단점도 명확하다고 생각하는데, 몇 가지를 꼽아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전체 지도를 보여주지 않으면서 플레이어 캐릭터 주변 공간의 표시 영역이 매우 작다. 게임 내 화면에 명령 아이콘, 시간 표시(일출/일몰), 텍스트 표시, 체력 표시(촛불) 등의 영역이 크다 보니, 게임 내 지형에 있는 주인공 캐릭터의 표시 화면이 상대적으로 작다(심하게 비약하면 Apple II 화면의 1/4 정도이다). 그래서 캐릭터가 게임 내 맵에서 어느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기 매우 어려워 길을 헤매기 쉽고, 캐릭터 주변 원거리에 있는 적을 일찍 식별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어쩌면 Apple II 성능의 한계 때문에 이러한 디자인을 했을 것 같기도 하다. 이러한 특징은 이후 게임인 'Bad Blood'에도 이어지는데, 그 게임에서도 캐릭터 주위의 모습이 TV 화면에 보이는 정도가 전부이다(이 때 명령어는 TV 스위치로 표시되고 체력은 유리병에 담긴 물의 양으로 표시된다).

'Bad Blood' 게임의 화면

 

둘째, 게임의 액션성이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다. 적과 마주했을 때 먼저 타격을 가하고 그 다음 적이 타격하려고 할 때 캐릭터를 움직여서 피한다는 등의 고수준 액션 플레이가 거의 안된다. 적과 마주보고 서로 타격을 하는데 주인공 캐릭터의 히트가 성공하고 상대방이 미스하기를 기다려야 하는 수준이라고 보는 게 맞는 것 같은 수준이다. Apple II 하드웨어 성능의 한계 상 필드에서 역동적인 액션 플레이가 되기 힘든다는 점이 이해가 되지만, ARPG라는 특성에서 액션의 원활함은 게임성의 중요한 척도가 되기 때문에 아쉽다.

ARPG임에도 액션은 다소 원시적이다

 

셋째, 요즘 관점에서 보자면 게임 세이브를 쉽게 할 수가 없어서 지금에 와서 플레이 하기에는 불편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게임의 세이브는 여관에서만 되는데 여관(inn)은 특정 지점에만 존재하고, 장거리 이동을 할 때 식량(provision)이 모자라면 체력이 급속히 떨어지게 되는데 그것도 거의 여관에서 확실히 해결할 수 있다. 이럴 때 지도로 현재 위치와 여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없는 것이 답답한데, 현대 Apple II 에뮬레이터의 상태 저장 기능을 사용해서 플레이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