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한 일] 게임보이(Gameboy) 카트리지 수리

어릴 적 구입했었던 게임보이 합팩이 하나 있다. 80년대 즈음에 구매했었던 것 같은데, 당시 이런 합팩이 정품인지 복제품인지 모르고 전자상가에서 공개적으로 팔기에 당당하게 구매했었다(당시는 백화점에서 복제/개조 게임이 팔리던 시기였다). 이제는 여기에 내장된 게임 중 정품팩도 몇 개 가지고 있고 에버드라이브나 에뮬레이터를 사용해서 플레이 할 수도 있지만, 이 카트리지에 애착을 느끼고 보관하고 있던 이유는 어릴 적 플레이 하던 추억 때문이다. 

 

그런데 이 녀석이 꽤 오래전 부터 동작을 하지 않았다. 한 번 씩 뺐다 꽂기를 반복하면 되던 것이 언젠가부터 전혀 구동을 하지 않았는데, 그 증상은 게임보이 부팅 로고가 깨지거나 아예 나오지 않았고 오늘은 실행해 보니 아래와 같이 이상한 화면이 표시되었다.

 

처음에는 카트리지 접촉부 불량이라고 생각하여 지우개나 알콜로 카트리지 접속부를 닦아 봤는데 증상이 호전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레트로 게임 관련 유투버 Voultar의 동영상 중 하나가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 게임보이 카트리지를 고치는 내용을 보게 되었는데, 같은 증상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Voultar가 언급했듯이 게임보이 카트리지의 PCB는 매우 얇고 쉽게 휘기 때문에 그로 인한 IC 접촉불량이 많이 발생한다고 한다. 이 합팩의 경우 뒷면에 게임을 넘기는 'F.F' 스위치가 있는데 그것이 잘 동작하지 않을 때 앞면 케이스를 열고 사용하면서 카트리지를 빼고 꽂을 때 PCB를 더 휘게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했다.

 

Voultar의 방법 처럼 IC의 접합부에 새로 솔더링을 할 때의 문제는, 내가 예전에 칼팁 인두기로 저렇게 흉내내다가 헤드폰 앰프의 IC 다리를 쇼트시켜 망가뜨린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취지와 방법은 이해했지만 그것을 게임보이 카트리지에 해 보기가 한동안 매우 신경이 쓰였다. 그러다가 새로운 주사기형 젤 플럭스도 새로 구매한 김에 용기를 내서 오늘 한번 시도해 보게 되었다.

 

7비트 카운터 IC((1)번)는 뒷면 핀 접속부에 납을 보충했고, 글자가 지워져서 칩 종류를 알 수 없는 두 개의 IC((2)번과 (3)번)는 SMD 타입의 핀에 플럭스를 뭍히고 인두에 납을 살짝 뭍힌 뒤 솔더링 했다. 한 번 만에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첫 시도에 1번 게임인 슈퍼마리오랜드의 타이틀은 보이기에 희망을 가지고 몇 차례 더 시도했다.

 

그러고 나니 슈퍼마리오랜드부터 테트리스까지 한번씩 실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