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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컴퓨터 게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던 잡지 '컴퓨터학습'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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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비트 컴퓨터 게임에 대한 상상력을 자극했던 잡지 '컴퓨터학습'

wehong 2024. 5. 11. 15:05

생애 처음으로 개인 소유의 컴퓨터를 갖게 된 것은 88년 5월이었다. 그 시기를 기억하는 이유는 첫 컴퓨터인 8비트 Apple II+ 복제품을 사고나서 했던 것 중 하나가 당시 컴퓨터 잡지였던 '컴퓨터학습'을 산 것이었고 그 잡지는 88년 5월호였다(아마도 5월호가 4월에 먼저 나왔겠지만 그것을 늦게 5월이 되어서야 구매했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아직 있다).

당시의 다른 사람들처럼 컴퓨터를 가지고 먼저 하던 것들은 역시 '게임'이었고, 컴퓨터를 구매할 때 판매처에서 복사해 주었던 'Winter Game'과 'Conan'을 플레이 하면서 컴퓨터의 놀라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다가 당시 구매했던 '컴퓨터학습' 88년 5월호에 '게임리뷰'라는 코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Apple II 게임 '울티마 V'와 MSX 게임 '오우거', '드래곤 버스터'가 소개된 내용을 보게 되었다. 지금은 복각된 잡지만 가지고 있는데, '유성가면'님의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당시 게임리뷰 내용들을 이미지로 볼 수 있었다.

 

유성가면님의 블로그 : 네이버 블로그

안녕하세요 유성가면의 블로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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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의 내용을 '유성가면'님의 자료로 보면 확인할 수 있지만, 그 때 게임 리뷰의 내용에는 게임 화면이 거의 없었고 알 수 없는 모호한 스토리가 주로 서술되어 있었다. 중간에 사용된 이미지는 애니메이션이나 삽화 등 다른 곳에서 임의로 가져온 것도 많이 보인다. 아마도 당시 참고할 자료가 많지 않았고 게임 화면을 선명하게 캡쳐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APPLE] 울티마V - 컴퓨터학습 198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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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2] 오우거 - 컴퓨터학습 198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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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X2] 드래곤버스터 - 컴퓨터학습 1988년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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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것이 머리 속으로 게임에 대해 많은 상상을 하게 만든 것도 사실이다. 게임을 플레이 해 보지는 않았지만 설명된 스토리를 통해서 나름의 멋진 게임을 상상해 보면서 '이런 게임이 있다면 멋지겠다'라는 공상도 했던 것이다.

'컴퓨터학습' 88년 5월호의 '울티마 V' 리뷰 내용을 보면서도 여러가지 공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느리고 가기 힘들다는 Brush라는 지형은 어떤 모습일까?', '도둑들이 하는 가게라는 곳은 어떤 곳일까?' 등등. 그 때 부터 이후로 8비트 컴퓨터를 사용하는 동안 '컴퓨터학습'의 '게임리뷰' 속 게임 배경 설명은 나의 상상력을 자극했었다.

그 중에 아직까지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 게임의 배경설명은 '컴퓨터학습' 88년 7월호의 '2400 AD'이다. 게임 자체에 대한 설명이라고는 실행방법, 입력키, 무기 및 아이템, 적 로봇 설명이 대부분이지만, 앞의 내용을 채우고 있는 게임의 배경과 일지는 너무나도 매혹적이었다. 나중에 살펴보니 '2400 AD' 패키지의 메뉴얼 설정집(Notes from the Underground)의 한글 번역인데, 당시에 영어도 잘 못하고 인터넷에서 자료를 찾을 수도 없는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흥미로운 자료였다.

 

[APPLE] 2400 AD - 컴퓨터학습 1988년 7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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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컴퓨터학습'에서 '게임리뷰' 뿐 아니라 앞쪽의 광고 부분에 나오는 게임 아트 이미지들까지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했다. SF 영화를 연상시키는 '2400 AD'는 물론이고 영화의 한 장면 같은 'Wasteland', 사이버틱하면서도 기괴한 모습의 'Neuromancer', 판타지 스토리를 연상케 하는 'Advanced D&D' 시리즈 등. 게임 화면을 직접 보면 실망스러울지 몰라도 패키지 박스나 포스터에 등장하는 아트 이미지 만으로 머리 속에서 멋진 장면들이 상상되곤 했다.

 

8비트 컴퓨터, 특히 성능이 상대적으로 더 열악했던 Apple II 기기의 게임은, 실제로 게임을 구동시켰을 때 다소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았다. 화려한 게임 표지 속에서 칼을 멋지게 휘두르고 있는 주인공이 게임 속 화면에서는 도형 같은 이미지인 경우도 많았고, 리뷰에서 흥미롭게 소개하던 게임 환경 시스템들은 게임 내에서 간단히 텍스트로 설명되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당시에 게임을 직접 플레이 하는 것 보다 게임의 리뷰나 소개를 보고 머리 속에서 그 상황을 상상하는 것이 더 즐겁고 재미났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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