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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1984' 소감 본문
소설 '1984'를 본 김에 1984년작 영화 '1984'를 찾아 보았다. 이 영화는 소설 '1984'의 배경 시기인 1984년 4월에서 6월에 실제 촬영을 했다고 한다.
영화는 대체로 소설 내용에 충실해 보인다. 주요한 대사들이나 세세한 디테일이 잘 옮겨져 있는 것 같다. 상영시간을 고려해서 그런지 소설 보다 조금 축약된 부분들은 보이지만, 원작 소설에 없는 부분을 과도하게 삽입했다든지 원작 내용을 새롭게 해석하려는 시도는 거의 보이지 않고 원작에 충실하게 영상화 한 것 같다. 소설을 보면서 상상했던 이미지와 비슷한 부분이 많아서 조금 놀라울 정도였다.
영화 내 영상과 음악은 훌륭했다. 윈스턴이 어린 시절 폐허가 된 마을의 모습, 진리부 건물 내의 모습, 2분 증오 묘사 등도 훌륭해 보였으며, 영화 내내 보이는 텔레스크린 화면 모습과 아나운서의 낭독도 매우 그럴 듯 하게 보였다. 윈스턴의 상상 속 몽환적 장면과 음악도 괜찮았으며, '영국 사회주의(INGSOC)'의 집단적 광기를 보여주는 영상과 음악도 적절하게 선택한 것으로 보였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배우들의 연기였다. 주인공 윈스턴 역을 한 존 허트는 경직된 표정과 차분한 나레이션으로 원작의 분위기를 잘 살렸으며(그런 그가 영화 '브이 포 벤데타'에서 빅 브라더 격인 영국의 독재자 역을 맡았다는 점이 흥미롭다), 줄리아 역의 수잔나 헤밀튼도 노출을 불사하고 원작의 역할에 잘 맞는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오브라이언을 연기한 리차드 버튼은 원작을 읽었을 때의 상상한 오브라이언의 모습 이상의 강렬함을 보여줬고, 파슨스를 연기한 그레고르 피셔도 원작의 파슨스에게 깊게 생각하지 못했던 감정을 느끼게 해 줬다.
아쉬운 점은 영화의 윈스턴이 석방된 후를 보여주는 마지막 부분이었다. 이전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진 줄리아의 겉 모습과 달리, 석방된 윈스턴의 겉 모습은 이전과 거의 비슷하게 보여 고문과 세뇌를 겪은 무게감이 잘 보이지 않았다. 또한 원작에서 표현된 윈스턴과 줄리아 사이에 회복될 수 없는 신뢰의 안타까움이, 영화에서는 그냥 두 사람이 서로 별다른 감정을 가지고 있지 않게 되었다는 묘사로만 마무리 된 것 같아 아쉽다.
* 관련 내용: '1984'를 읽은 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