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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BERNIC RG40XX H 구매 본문
원래는 에뮬레이터 게임 콘솔은 구매하지 않으려고 했다. 오래 전이지만 GCW Zero, GPD XD plus, Odroid Go Advance 같은 기기를 사용해 보고 오리지널 게임 콘솔과 이질감이 있다는 것을 느낀 뒤 비슷한 류의 기기는 관심을 별로 두지 않고 있었다. 역시 같은 에뮬레이터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MiSTer나 Analogue Pocket 같은 기기는 그 대안으로 종종 사용해 왔다.
그러다가 얼마전 광군제라는 행사에 맞춰 갑자기 'ANBERNIC RG400XX H'를 구매했다. 에뮬레이션 기반 게임 콘솔 기기이지만, 일단 가격이 생각보다 저렴했고 요즘의 에뮬레이터 기기들 수준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기에 구매해 보았다. 그동안 말로만 듣던 ANBERNIC 제품이고, GCW Zero 시대의 리눅스 구동 환경에 비해 얼마나 좋아졌는지 궁금했다.
제품을 처음 받았을 때 조금 놀랐다. 박스가 작았고, 구성품도 콘솔 기기 외에는 USB 케이블과 설명서만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액정보호 필름도 없다). 과거 GCW Zero나 GPD XD plus를 구매했을 때 큰 박스에 파우치를 포함한 여러가지 구성품들이 포함된 것을 받았던 것과 대조가 되었다.
기기 생상은 그레이(gray)를 선택했는데, 회색이라기 보다는 아이보리에 가까운 것 같다. 기기 색상과 A/B 버튼 색깔에서 게임보이 DMG가 연상된다.
전면부에는 디스플레이 화면과 십자키 형태의 D-pad, 게임보이 버튼 색상의 A/B/X/Y 버튼, 두 개의 아날로그 스틱, Start/Select 버튼, 메뉴버튼이 있다. 화면은 4인치여서 시원하게 보인다. D-pad와 A/B/X/Y 버튼은 누르는 느낌이 나쁘지는 않으나 생각보다 뻑뻑해서 조작에 힘이 들어 간다. 아날로그 스틱은 생각보다 싸구려 느낌이 아니었는데 굳이 RGB 색상 표시까지 해야 했나 싶기는 하다.
상부에는 L1/R1/L2/R2 버튼, HDMI 포트, Reset 버튼, USB-C 충전단자, 충전상태 LED, 소리 볼륨 +/- 버튼, 전원 버튼이 위치해 있다. L1/R1/L2/R2 버튼은 클릭감이 나쁘지 않고 (당연하게도) L2/R2 버튼은 아날로그 트리거가 아니라 누르면 클릭되는 형태이다.
아랫쪽에는 스피커, TF카드 슬롯 2개, 이어폰 단자가 있다. 설명서를 보니 두번째 TF카트 슬롯에 FAT32 형식으로 포맷된 마이크로SD카드를 넣으면 자동으로 플랫폼 별 폴더를 만들어 준다고 되어 있는데, 대용량 마이크로SD카드를 사용하기 위해서 exFAT 포맷을 사용하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시스템이 부팅된 후 보여지는 화면은, 기존의 ANBERNIC의 XX 시리즈 제품 사용자에게는 익숙하다고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처음 보았다. 나쁘지 않은 메뉴 화면으로 보인다. 이상한 한국어 번역 용어를 보고 싶지 않아서 언어는 일부러 영어로 두었다.
시스템 정보(System Information)를 보니, 펌웨어가 2024년 10월 18일자인 것 같고, TF1 슬롯의 스토리지는 System과 User 용도로 나뉘여 있는 모양이다. H700 칩셋에 맞게 패치된 것 같은 Linux의 커널은 4.9.170이었고, 메모리가 이상하게도 1GB가 아닌 973MB로 나온다.
초기 메뉴 화면에서, 내장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모드(Game Rooms)와 Retroarch 에뮬레이터를 사용하는 모드(RA Rooms)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체로 Retroarch를 통한 게임 실행을 추천하는 듯 하다.
Retroarch 에뮬레이터를 통해 몇몇 게임들을 구동해 봤는데, 많은 것들이 미리 세팅되어 있어서 편리했다. 화면 쉐이더(shader)나 보더(border), 키 맵핑 등이 기기에 맞게 설정되어 있었다. GPD XD plus 등에서 Retroarch 앱을 사용할 때 수동으로 세팅해 주어야 했던 것과 대조되었다.
게임 플레이의 느낌은, 역시 실기를 사용할 때와 다른 것 같다. 민감한 액션 게임의 경우, 실기에서 원래 하던 스타일로 플레이 해도 예상과 다르게 플레이 되었다. 심지어 버튼 입력이 씹히는 느낌도 간혹 받았다.
하지만 편리성은 역시 무시하지 못하겠다. MiSTer나 Analogue Pocket 보다 지원되는 플랫폼 및 기능의 수가 많으니, 그냥 이것저것 실행해 볼 수도 있다.
개인적으로 이 기기에 높은 점수를 줄 수 있는 부분은 디스플레이와 게임 초기 세팅이었다. 디스플레이는 IPS 패널을 적용해 품질도 좋고 화면 크기도 4인치로 커서 만족스러웠다. Retroarch 에뮬레이터 사용 시 화면 크기, 컨트롤, 쉐이더, 보더 등이 미리 알맞게 설정되어 있는 것이 좋았다.
이 기기에서 아쉽거나 문제가 된다고 생각한 부분은 다음과 같다.
첫째, 게임을 실행시킬 때 노이즈가 발생한다. 이것은 과거 GCW Zero 기기에서도 있었던 것과 비슷한데 TF슬롯에서 데이터를 읽거나 쓸 때 발생하는 것 같다.
둘째, 메뉴에서 D-pad를 누르고 있을 때 반복 입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 경우에 버튼을 여러 번 눌러줘야 해서 불편하다. 설정 메뉴나 Game Rooms에서 항목을 선택하려고 할 때, D-pad를 아래나 위로 계속 누르고 있어도 한번만 입력한 것이 되어 여러 번 버튼을 눌러줘야 했다.
셋째, 십자키 형태의 D-pad 조작성(조작감이 아니라)에 조금 문제가 있다. Analogue Pocket의 D-pad 처럼 상하좌우 직각으로 조작하려고 할 때 종종 대각선으로 입력이 되는 현상이 발생한다.
넷째, 화면 크기에 비해 해상도(640x480)가 크지 않아서 아쉽다. GB, GBC 등의 포터블 콘솔 화면은 제법 리얼하게 표시되지만, 패미컴/슈퍼패미컴 등 240p를 사용하는 콘솔의 화면이나 GBA나 NGP 등의 화면 표현은 아쉽다. 세로 해당도가 720 정도만 되어도 더 많은 플랫폼의 화면을 잘 표현해 줬을 것 같다.
<업데이트> 좀 더 사용해 보고 난 내용을 다음 글에 정리했다.